왜 상담자는 상담을 ‘값’으로만 말하지 않을까?

제8화

by 그래도

1. 가끔 누군가가 묻습니다.

“선생님은 상담을 어떻게 알리세요?”

저는 잠시 멈칫하다가, “거의… 안 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 안에는 값으로만 설명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그래도 누군가에게 닿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습니다.

두 마음은 같은 자리에 있지만, 쉽게 섞이지 않습니다.


2. 어느 날,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상담실 홍보물을 보았습니다.

“친구 소개 시 1회 무료, 10회 이상 선불 시 10% 할인, 10회 이내 효과 없을 시 전액 환불.”

순간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편의점 1+1 행사나 다이어트 약 광고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마음이 서늘해졌습니다.

‘만약 내가 저 조건을 보고 상담실에 들어간다면, 그 안에서 꺼낼 이야기는 과연 어떤 무게를 가질 수 있을까.’


3. 그날 이후, 상담을 설명하는 일이 왜 이렇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지 더 분명해졌습니다. 물론 상담을 설명해야 할 때는 있습니다.

효과, 변화, 성장… 귀에 곧장 꽂히는 단어들은 많지만, 함부로 꺼내기 어렵습니다.

그 말이 너무 쉽게 희망을 약속하거나, 고통을 단순한 ‘성과’로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4. 몇 줄 적어보다가 결국 화면을 닫은 날도 있었습니다.

말이 멋져질수록 상담의 현실과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다루는 일을 ‘한 시간에 얼마’로만 설명하는 순간, 상담이 가격표 안에 갇히는 듯했습니다.


5. 상담은 광고 문구로 담기 어려운 일입니다.

무언가를 팔듯 시작하는 만남이 아니라,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시간이 조용히 쌓여갑니다.

의자 두 개와 작은 책상, 시계 초침 소리 속에서, 마음을 조금씩 덜어내고 담아 올립니다.


6. 이 일은 제 생계의 한 부분입니다.

때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예약이 몇 년씩 밀리는 인기 상담자가 되면 어떨까 상상해 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잃는 것 속에는, 돈으로는 셀 수 없는 시간과 관계의 결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7. 돈이 앞서게 되면, 내담자를 ‘얼마짜리’로 보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를 내는 사람으로 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 순간, 관계는 신뢰가 아니라 금액으로 계산됩니다.

상담이 ‘값’으로만 매겨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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