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1. “선생님, 그냥 답을 주세요.”
상담실에서 가끔, 아니 생각보다 자주 듣는 말입니다.
TV 속 유명 상담가들이 몇 마디로 문제를 정리하고, 방향을 콕 집어주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마 그 ‘속 시원함’을 기대하고 오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담은 화면처럼 단숨에 풀리지 않습니다.
그 조급함엔, 하루라도 빨리 이 막막함을 벗고 싶은, 그리고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할까 하는 불안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2. 그 말을 들으면 저는 속으로 묻습니다.
‘이분이 진짜 바라는 건 뭘까?’
겉으로는 해결책을 원하시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 내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길’ 바라는 갈망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슷한 문제처럼 보여도, 그 속의 결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쉽게 답을 못 합니다.
제 ‘한 마디’에 풀릴 문제라면 여기까지 오시지 않으셨을 테니까요.
3. 그래서 저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같이 고민해 볼까요?”
별로 시원하지 않은 대답일 수 있습니다.
제가 던진 해결책이 이미 해본 것이거나, 그분의 삶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너무 빨리 답을 주면, 본인의 상황을 찬찬히 들여다볼 시간을 빼앗게 됩니다.
‘정답’은 누군가 건네주는 순간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4. 사실 상담자 입장에서는 번듯한 답 한 줄 주는 게 훨씬 편합니다.
막막함 속에 오래 머무는 건, 에너지와 마음을 다 써야 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정답을 주는 순간,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구도가 생기고, 의존이 커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진짜 변화는 의존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때 시작됩니다.
5. 그리고 해결책을 기대하는 마음 뒤에는,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치 흐린 물속에서 손끝으로 무언가를 더듬는 것처럼, 자기 욕구가 희미한 채로 상대가 먼저 찾아줄 거라 믿는 것.
하지만 상담은 누군가가 내 마음을 대신 읽어주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내 마음을 직접 읽어가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정답을 주지 않을 빈자리를 지킬 힘’을, 내담자는 ‘정답 없이도 그 빈자리를 걸어갈 발걸음’을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