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담자는 '공감'할까?

제12화

by 그래도

1. 상담을 배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는 ‘공감’입니다.

일상에서도 ‘공감’이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낯설지 않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공감’이 필요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 러나 상담자는 언제나 공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 너무 자주 듣다 보니 때론 그 말의 무게를 잊게 되기도 합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상담자는 왜 공감해야 할까?”, “공감하는 척은 아닐까?”, “공감도 과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담자가 내담자의 감정을 듣자마자 “그건 정말 속상하셨겠어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이 내담자의 감정을 담아준 것인지, 아니면 상담자 자신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반응이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진짜 공감은 말이 빠르게 튀어나오는 순간보다, 그 말이 내 안에서 울림을 만들 때까지 기다리는 데 더 가깝습니다.


3. 공감 능력의 차이는 성별이나 타고난 기질보다,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동기에서 더 크게 갈립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진짜 알고 싶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묻습니다.

“왜 저렇게 행동할까?”

“저 말 뒤에는 어떤 마음이 있을까?”

“내가 하는 말이 저 사람에게 어떻게 닿을까?”

이 질문은 상대를 중심에 두는 일이라, 쉽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질문이 공감의 문을 엽니다.


4. 공감 능력은 자라면서 누군가로부터 건강하게 경험해 본 만큼 자라납니다.

어릴 때 적절히 들어주고 이해받은 경험이 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반대로 전혀 경험하지 못했거나, 혹은 지나치게 ‘마법처럼’ 채워졌던 경우, 공감의 회로는 비슷하게 막히기도 합니다.

너무 못 받은 사람은 “어차피 기대해도 실망할 거야” 하며 고립으로 가고, 너무 과도하게 받은 사람은 “내가 받는 게 당연하다” 여기며 타인을 고려할 이유를 잃습니다.

결국 과잉과 결핍은 다른 길 같지만, 공감의 부재라는 같은 자리로 이어집니다.


5. 그렇다면 ‘공감’이란 무엇일까요?

여러 설명이나 정의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마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해한다는 것은 바꾸려 하지 않으면서 그것에 참여하거나 함께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어린 시절 늘 혼자 밥을 챙겨야 했던 사람이 있다면, 상담자는 그저 묻습니다.

“그때 밥은 어떻게 챙겨 드셨어요?”

“반찬은 뭐가 있었나요?”

“부모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어떠셨어요?”

이런 물음을 통해, 혼자 견뎠던 시간이 누군가와 나눠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살아온 고통을 지워주진 못해도, 적어도 이제 그 고통은 더 이상 홀로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경험이 됩니다.

이런 질문은 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를 함께 살아내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6. 그래서 공감은 단순히 따뜻한 감정이 아니라, 내담자가 자기 이야기를 처음으로 안전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줍니다.

공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 말이 아니라 곁을 지켜주는 힘입니다.

상담자가 흔들리지 않고 곁에 있을 때, 내담자는 비로소 울 수 있고, 울면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7. 톨스토이가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그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공감이란 거창한 게 아닙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그 마음에 귀 기울이는 일.

상담자가 공감을 선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8. 결국 공감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당신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안다”가 아니라, “당신이 느끼는 그 자리에 함께 있어보겠다”는 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상담자의 공감은 상대를 바꾸려는 기술이 아니라, 그 자리를 끝까지 함께 지키겠다는 약속입니다.

말을 던지기보다, 내담자의 말 사이, 숨 사이에 조용히 머무는 것.

그 조용한 공간에서 내담자가 자기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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