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윙크 소년에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까지
자기 분야에서 온 마음을 다하는 사람을 볼 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것은 단순한 호감을 넘어선 경외감이며, 타인의 치열함이 내 심장까지 뜨겁게 만드는 순간이다. 2017년 봄, 수많은 소년들이 경쟁하던 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내가 박지훈을 발견했을 때 느꼈던 감정 또한 그러했다.
처음엔 우연히 터진 ‘한 방’인 줄 알았다. 무대 엔딩 요정으로 잡힌 그 윙크 한 번이 내 마음을 뒤흔들었을 때, 나는 그를 타고난 스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짧은 1초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카메라에 잡히기 위해 무대 내내 수십, 수백 번 윙크를 날리고 있었다. 수많은 참가자 사이에서 단 한 번이라도 눈에 띄기 위해, 3분 남짓한 곡이 흐르는 내내 자신을 갈아 넣은 절박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내가 사랑한 것은 윙크하는 소년의 예쁜 얼굴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지독한 노력’이었다.
그는 영리한 노력가다. 온 국민을 따라 하게 만든 유행어 "내 마음속에 저장"의 원작자가 되었을 때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거 말고 다른 건 없냐"는질문에, 그는 당황하지 않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직 보여드릴 게 수천 가지는 된다"라고. 그것은 허세가 아니었다. 언제든 꺼내 보일 수 있도록 준비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였다.
워너원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후, 콘서트에서 마주친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무대가 끝나고 조명이 꺼져갈 무렵, 그는 무대 가장자리 끝까지 전력으로 달려갔다. 시야 제한석에 앉은, 혹은 너무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는 팬들에게까지 양손을 흔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그가 달려간 그 거리는 팬들을 향한 진심의 깊이이자, 사랑받는 사람으로서의 예의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또 한 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최근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소식이 바다 건너 이곳 싱가포르까지 들려온다. 비운의 왕 단종, '이홍위'가 되기 위해 무려 15kg을 감량했다는 이야기, 스크린을 가득 채운 그의 눈빛이 관객들의 마음을 어떻게 베어 냈는지에 대한 호평들을 기사로 접한다.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타이틀에 기대지 않고, 밑바닥부터 다시 증명해 낸 그의 연기가 대배우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는 찬사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싱가포르에 사는 나는 아직 그 영화를 볼 수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극장으로 달려가, 그 처연하고도 강인하다는 왕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만, 리뷰를 읽으며 상상할 뿐이다. 나의 아이돌이, 나의 배우가 얼마나 치열하게 그 시간을 살아냈는지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갈증이 난다. 한국에서 이 영화가 더 큰 대박이 나기를. 그 뜨거운 열기가 이곳 적도의 나라까지 전해져, 싱가포르의 극장에도 <왕과 사는 남자>가 걸리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갑자기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연락을 준다.
"네가 좋아했던 걔 맞지? 연기 진짜 좋더라."
심지어 내가 덕질할 때마다 '무슨 아이돌이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남동생마저 DM을 보내왔다.
"누나, 박지훈 인정."
묵묵히 자신의 길을 닦아, 결국엔 그를 믿고 지지해 준 나를 '안목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
박지훈은 자신이 흘린 땀방울로 팬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여전히 박지훈을 응원할 것이다.
그의 화려한 오늘보다, 그 오늘을 만들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던 노력과 열정 그리고 뼈를 깎는 감량을 견뎌낸 그의 시간을 사랑한다. 박지훈이라는 장르는, 결국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영화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