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만의 한국 입국기

안쓰럽고 헛헛했던 k방역

by 그리고

코로나19 시국만 아니었다면 1년에 적어도 한 번은 다녀왔을 한국이다. 싱가포르와 한국의 travel bubble 협정으로 입국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느낀 게 있다면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것.

매일 확진자 수가 늘고 있었고 오미크론 바이러스까지 발견되는 등, 상황이 그리 좋진 않았지만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거란 보장이 없기에... 부모님의 우려에도 한국행을 결심했다.


출발 72시간 전 멀쩡한 코에 면봉을 집어넣어야 했다. 머리끝까지 전해지는 알싸한 느낌에 1초간 후회되었지만, (이것을 총 10번은 더 해야 했다)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여행에 대한 설렘은 모든 과정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한국에 왔다. 왔는데..'

2년반 만의 인천공항 ❤


싱가포르의 따뜻한 날씨에 적응되어서 인지 하필 한파가 들이닥쳤는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밟아보는 고국 땅은 유독 추웠다.


인천공항을 나서자마자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고향에 가기 위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해외 입국자를 위한 방역 KTX는 하루에 3-4번 밖에 운영이 되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고 아침 8시에 도착한 스케줄이라면 최악이다. 무려 다섯 시간 남짓 추위가 만연한 플랫폼에서 격리된 채 열차를 기다려야 했다.


해외 입국자는 잠재적 바이러스 감염자 일 수 있다는 가정하에 관리된다. 동선을 이탈할 수 없고 정해진 곳에서 머물러야 한다. 당연한 처사 라 생각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k방역인가 싶었다. 추위와 배고픔이 함께 밀려와 격리 구역 안의 자판기에서 얼어붙은 빵 하나를 먹어도 기분이 좋았다. 열차에 탑승하기 전까진.


드디어 오후 3시 40분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탑승자를 두 줄로 줄을 세우고 인원을 체크했다.

사람이 꽤 많았다. 그때까진 별 생각이 없었다.


열차 공기는 따뜻했다. 아니 급격히 더워졌다.

짐과 사람이 뒤엉켜 좁은 열차 복도를 꽉 채웠다.

자판기에서 차가운 빵을 빼먹는 법을 알려 드렸던 인도네시아분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복도의 짐들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계신데... 열차는 출발했다.


그 많은 인원에게 배정된 것은 KTX 열차 단 한 칸이었던 것이다. 우리들 중 누군가 또는 내가 만약 바이러스 감염자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싱가포르의 철저한 1미터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진 걸까? 약간은 실망스럽고 씁쓸했다.

며칠 전 블로그에서 확인한 방역 열차의 쾌적함은 전혀 없었다. 마치 전쟁통 피난민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Travel bubble로 해외 입국자가 많아져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일까? 알 수가 없다.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도착한 고향역.


그곳에서 만난 방역복을 입고 통솔하시는 분께

방역 ktx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계적인 대답을 들었다.


" 저희는 해외 입국자를 태우고 내리는 업무만 합니다"


"... 이해합니다"


긴말 않고 이해한다고만 했다.

2년 남짓 방역복을 입고 이 업무를 하셨으리라.

어쩌면 아직 그 옷을 입고 버텨준 주신 것 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 죄송합니다."

좀 전까지 내게 시선을 맞추지도 않던 그의 눈은 따뜻했다.


가슴이 탁 막혔다.

그분 잘못이 아니다. 누구의 잘 못도 아니다.

마음이 좋지 않다. 열차에 함께한 그 많은 사람들 모두의 건강을 빌뿐이다.


오랜만에 입국한 딸을 마중 나온 부모님을 먼발치에서 보았다. 눈물이 고인 눈으로 크게 손을 흔들었다.

반갑고 반가웠다.


반가움과 실망감과 안쓰러움과 헛헛함이 뒤섞인 기분으로

그렇게 한국에 도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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