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벤느망(2021)
누군가에게서 선택권을 박탈한 채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가. 그러나 여기에 한 존재와 한 가지 조건만을 넣으면 폭력과 비난은 선택권을 박탈당한 존재에게로 향한다.
여기서 한 여성의 임신 중절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레벤느망>은 사회의 부조리와 폭력에 나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다.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안(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은 예기치 못한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아이를 낳으면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안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임신중절을 하려 하지만, 이는 당시 사회에서 불법이었다. 어떤 의사도 안을 도우려 하지 않는다. 친구들마저 안을 외면한다.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가고 안은 홀로 방법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다. 답답한 상황 속에서 안은 끝까지 가려고 한다.
영화 초반 부 클럽에서 가벼운 유혹과 거절이 곳곳에서 이어진다. 대학생 안(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은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고. 잠시 클럽에 다녀왔다. 근데 무슨 일 인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고 말았다. 산부인과를 찾은 안은 의사에게 “남자와 관계 한 적 없다”라고 둘러대지만, 의사는 단호하게 임신 사실을 알린다.
영화<레벤느망>은 작가 에르노의 자전적 에세이 <사건>을 영화화했다. 소설이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1인칭 시점으로 그려냈듯이, 영화도 철저히 안의 입장에 관객을 위치시키며 안을 화면 중심에 둔다. 카메라는 뒤쪽에서 잡아내곤 한다. 이러한 카메라 시선은 안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을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닐까?
영화<레벤느망> 은 시대의 부조리로 인해 고통받은 여성의 극한의 고통과 공포를 간접적으로나마 알리고자 하는 영화다. 임신 주차별로 안의 심리적 불안함을 그려내며 그의 불안, 두려움, 혼돈, 공포, 슬픔 등이 영화라는 캔버스에 물든다. 임신 주차가 늘어날수록 주인공 안도, 그녀를 보는 관객도 긴장과 불안, 공포가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을 선택하든 고통과 슬픔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생명을 살리면 안의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고 반면에 생명이 죽으면 안의 삶이 살아나는 두 개의 비극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안이다. 하지만 두 개의 선택지밖에 주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정해 놓은 선택지를 선택하게 만든 것은 바로 사회적 분위기다.
개인의 선택으로 발생한 일이지만, 안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는 매우 폭력적이고 답답하다. 안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상대와 당시 사회는 너무 차갑고 냉랭했을 뿐이다.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평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부조리한 제도와 자욱한 편견을 몸의 언어로 저릿하게 돌파한다"
- 이동진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