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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릭 Apr 29. 2022

말과 침묵 사이에는

[영화]드라이브 마이 카(2021)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리뷰다.





줄거리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사별한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한 남자의 방황과 정처 없는 내면을 그린다.




영화 진행과정


가후쿠와 오토는 서로를 사랑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그들의 평온은 어딘지 불안하다.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도 모른 체하는 가후쿠의 심경은 아무도 알 길이 없다.


얇은 얼음으로 덮인 평화도 잠시 오토가 가후쿠에게 할 말이 있다던 날, 가후쿠가 일부러 늦게 집에 온 그날, 오토는 지주막하출혈로 세상을 떠난다. 영원히 아내에게 속내를 밝힐 수도, 외도의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게 된 가후쿠는 그렇게 스스로 세운 마음의 감옥에 갇힌다.






원작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드라이브 마이 카> 외에도 정사 후 전생에 ‘칠성장어’였던 여고생 이야기를 <아라비안나이트>처럼 전해주는 <셰에라자드>,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기노> 등의 일부 설정이 영화에 녹아 있다.



극중 가후쿠는 연극 연출에서 여러 언어를 함께 쓰는 독특한 연출법을 구사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일본어, 한국어, 영어, 만다린어, 타갈로그어, 인도네시아어, 독일어, 말레이시아어, 광둥어 그리고 한국 수어가 등장한다.


이 설정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고 신체 언어를 관찰함으로써 전달받을 수 있는 감정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소통이란


극중 가후쿠가 시신경 장애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녹내장을 앓고 있다. 이는 그가 현실에서도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음을 암시한다.


마음속에 감추었던 죄의식과 상실감을 비로소 마주하게 이끄는 동력은 결국 타인와의 관계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보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봐야 하는 것처럼, 스스로의 감정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



















말과 침묵 사이에 깃든 소통이란


말은 소통의 필요조건이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만 그걸로 온전히 마음이 전달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말은, 차라리 서로의 진심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말을 통해 에서 우리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드러내고, 보고 싶은 대로 상대를 파악하며 머문다.


하지만 말은 단지 타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스스로를 의식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말의 감옥에 갇히면 어느새 그 틀 안에서 사고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죄의식과 상실감을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두 사람은 결국 타인과의 소통이 서서히 가능해지면서 상처는 회복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먼저 봐야 하는 것처럼, 스스로의 감정을 알기 위해서는 타인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사실이 영화가 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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