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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Jul 23. 2024

영어, 이번엔 정말 끝내주겠어

미루고 미루던 워킹홀리데이를 드디어 내년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니까 저 당첨되게 해주세요 제발)

아직 돈이 모자르다, 영어가 부족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미뤘더니 이 상태로는 나이 제한이 지나 결국은 가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없으면 없는대로 가려고 한다.


취업을 하지 않아도 본가에 있으면서 살만 하니까 사람이 점점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두렵고, 겁나고, 귀찮고, 굳이…? 라는 마인드가 장착되어 버리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포기하는 상황이 오겠다고 느꼈다.


*


사실 워홀을 가지 않고 미룬 이유 중에서는 돈보다 영어의 문제가 더 컸다.

돈은 모아 놓은 걸로 어떻게 초반에만 버티면 현지잡이든 한인잡이든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어?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굶어 죽는 상황이 언어 때문에는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은근히 많았다.


해외를 가는 이유는 결국 나의 더 넓은 경험과 언어를 위함인데, 한국을 벗어나서도 한국 사람을 만나고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에서 지내고 일을 한다면 도대체 내가 이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그곳에 있는 이유가 뭐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리 배우기 위해 간다지만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위해 상대방이 하는 말을 어렴풋이는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맞는 답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답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3개월만, 6개월만, 1년만 하다가 이 지경까지 와버렸다.


*


그래서 그냥 죽이되든 밥이되든 가기로 했다.

사람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눈 앞에 닥치면 다른 건 다 제쳐두고 가장 급한 일부터 하기 때문에 하반기에 신청하고 무조건!!! 내년 상반기에 출국을 하는 걸로 계획을 잡았다. 블로그에도 적어놨으니까 이제 못 물림. 나 지금까지 간다간다 하면서 2년이 지났는데 또 미루면 정말 피노키오랑 친구가 아니라 핏줄이다.


그렇게 돼서 지금까지 하던 영어는 다 집어 치우고 새롭게 계획을 정리했다. 일단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부터 바꾸기로 했다. 그냥 눈을 뜨고 감기까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영어만 하려고 한다. 그리고 무조건 말하기.


결국 언어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내가 할 말을 하는 것. 그게 전부이다. 그러려면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와 방식에 익숙져야 하고, 한국어 보다 영어가 나올 수 있도록 내 입과 뇌를 영어로 적셔놔야 한다. 듣는 건 영어 컨텐츠를 동일한 걸로 계속 듣다 보니 의외로…? 미드 수준의 빠르기가 아니라면 이해는 되지 않지만 들리는 수준은 되었다.


하지만 결국 이해를 하려면 나의 뇌에 들어있는 영어가 많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말을 하기 위해서든 듣기 위해서든. 그래서 input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렵고 복잡하고 슬랭이나 미드에 나오는 거 다 신경 쓰지 않고 오늘 내가 했던 말들부터 영어로 바꿔서 외우기 시작했다.


- 이따가 먹을거야

- 배 안 고파

- 나 출근할게 / 다녀올게

- 오늘 일찍 왔네?

- 어디 갔다 왔어?

- 뭐 먹을 거야?


내가 한국어를 쓰든 영어를 쓰든 일본어를 쓰든 어떤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위의 말들은 대화하는 상대방만 바뀔 뿐 내가 하거나 들을 말들이다. 이런 일상적인 말들을 어떻게 영어로 말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답하는지 이것들 부터 한 문장씩 매일 외우는 것이 내가 세운 계획의 전부이다.


특별할 것도 거창한 것도 없다. 하지만 이런 문장들을 세뇌 수준으로 외우고 말하다 보면 저 문장을 말할 상황이 왔을 때 한국어 보다 영어를 먼저 내뱉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가 바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채울 때가 아닐까.


*


워홀 합격은 나의 운에 맡기고 하반기는 영어만 바라보며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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