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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블루 Jul 10. 2024

운동부족인지, 영양부족인지

왼쪽 허벅지가 아픈지 벌써 3개월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쭈구려 앉을 때만 아프던 것이 이제는 가만히 앉아 있거나 조금 오래 서있기만 해도 아파서 정형외과도 가보고, 한방병원도 가보고 한동안 가지 않던 병원을 다리 때문에 몇 번이나 방문했다.


하지만 다리는 여전히 아프기만 하다. 운동부족이라고 하기에는 열심히(?) 운동 하다가 하지 않은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오래 아픈걸 보면 그냥 안 먹고 안 움직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운동을 그만 두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움직이는 건 더 움직이는데도 이러는 거 보면 안 먹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도…?


어제는 엄마가 사 온 비빔면을 먹었는데 면을 헹구려고 체에 넣자마자 "양이 왜 이렇게 많아?" 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1.5배 비빔면인가 싶을 정도로 많아서 순간 당황할 정도였다. 결국 예상대로 나는 비빔면도 남기고 이 정도는 먹겠지 싶어서 구운 만두 3개 중에 한 개마저도 남겼다.


며칠 전인가.. 소식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빔면이 출시 됐는데 판매량이 엄청 높다는 말을 듣고 '아니, 원래도 양이 적은데 거기서 더 적어진다고?' 하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그 비빔면을 구매해서 먹어야 할 사람인 듯 하다.


*


퇴사를 하고 본가에 내려온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에는 내가 돈을 아낀다 + 귀찮다는 이유로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서 부모님이 너무 걱정하다가 그냥 그만두고 오라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초반에는 정말 잘 먹고, 일하면서 스트레스로 빠졌던 살이 다시 찌기도 했었는데 올해 들어서 먹는 것 자체가 너무 귀찮아져서 많이 먹어도 두끼고, 한끼로 연명하고 있다.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머리가 어지러울 때도 있는데 이러다가 말로만 듣던 영양실조 걸리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스쳐지나갈 때도 있다. 이 타이밍에 장마도 끝나지 않았는데 벌서 더위까지 먹은 듯 해서 안 그래도 없던 입맛이 더 떨어지는 지경이 와버렸다.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 외식하면서 고기로 단백질 보충을 해줘서 버티는 것 같기도 하고(ㅎㅎ) 몸이 아프면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일을 하기 싫어진다는 것에 있다. 사실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 가장 편한 곳이다. 


걸어서 7분 거리, 마감이라 대부분 한가하고, 출근해서 할 일만 바로 끝내면 마감 청소 시간 전까지는 여유롭게 할 일을 할 수 있어서 얇은 책 한 권을 다 읽은 적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모순적이라서 (아니면 내가 그냥 이상한 사람일 수도) 일이 쉽든 어렵든, 그냥 나와 맞지 않다고 느껴서 일년 다니고 퇴직금 받아야지 라는 생각조차 날려버리고 어느새 그냥 올해만 버티자 하면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장시간 서있으면서 어떻게 보면 제일 멀쩡해야 할 다리가 아프기 시작하니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한 저번 달에는 그냥 지금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최대한 아프지 않을 만한 자세를 취한 채 끙끙 거리고 있었으니 목소리를 내는 것도 힘이 들고 여러모로 괴로운 시간이었다.


*


아프면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냄새였다. 나는 이상할 정도로 비위가 약한 편인데 징그러운 것들에 대한 것보다는 음식이나 냄새에 대한 비위가 그렇다. 심할 때는 다른 사람이 음식을 입에 넣고 그냥 말할 때 시선을 잘 못 돌려서 보게 되면 그대로 입맛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내가 일하는 곳이 빵집이라는 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마감이라서 빵을 만들고 있는 냄새는 나지 않지만 주방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와 밀가루, 버터 등등의 냄새가 다 뒤섞여서 맡을 수록 속이 울렁거려 일하면서 헛구역질만 몇 번을 하는지 마시고 싶지 않아도 얼음을 잔뜩 넣은 냉수를 일하는 내내 마시고, 며칠 전부터는 마스크도 착용한 채로 일하기 시작했다.


*


올해 계획해 놓은 것들이 있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수는 없고, 그렇다고 다른 일을 구하기엔 시급은 그렇다 치더라도 거리나 시간이 지금 정도로 만족스러울지 확신할 수 없어서 남은 5개월을 부디 무사히 보낼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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