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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그린 May 09. 2023

"잡지는 일상을 보는 특별한 시선"

김민지 씨가 느낀 잡지의 매력

잡지 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하락세는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12월 기준 잡지 발행 사업체의 매출 총액은 2020년 대비 13.3% 감소했다. 잡지를 만드는 사람도 줄었다. 2022년 잡지 부문 종사자 수는 2020년 대비 23.9%나 감소했다. 잡지 산업의 하락세는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다.


꺼져 가는 불꽃에도 여전히 잡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아 있다. 한국잡지교육원 취재기자 24기에 지원한 김민지(25)씨도 잡지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제약회사에서 인턴까지 했다. 약사가 주는 안정된 이미지 때문에 시사, 경제에 조예가 깊을 듯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독립잡지였다. ‘어라운드’, ‘베어’ 등 잡지를 웬만큼 좋아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독립잡지의 이름을 술술 외웠다. 잡지 마니아인 그가 발견한 잡지의 매력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가 잡지 에디터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컨셉진에서 진행하는 에디터 캠프였다. 컨셉진은 2012년부터 매달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출간하는 월간지다. 잡지 판매만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워서 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교육하는 일도 운영한다. 에디터 캠프는 그 사업의 일환이다.


그는 잡지 에디터가 하는 일이 궁금해 참여한 에디터 캠프에서 자신의 적성을 찾았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기획과 글쓰기 등을 배우며 즐거움을 느꼈다. 강사와 동료가 그의 결과물을 인상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과정에서 그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유명 수학 강사가 ‘왜 사람들이 이거밖에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적성에 맞는 일이라고 말했어요. 사람들의 기획을 보며 그보다 더 재밌게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이렇게 접근하면 충분히 더 재밌을 텐데 왜 저렇게 했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에디터가 되는 길이 나에게 맞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이게 내 적성이구나.” 그는 에디터의 꿈을 떠올리며 한국잡지교육원까지 오게 됐다.


그가 느낀 잡지의 매력은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알려준다는 점이었다. 그는 잡지가 쉽게 지나치는 일상에서 새로운 의미를 길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카페의 벽면을 가리켰다. “저기 그려진 그림을 봐 봐요. 그냥 그림을 보면 ‘예쁘네’ 하고 지나갈 거예요. 하지만 그림 안에 담긴 의미를 알고 작가가 어떤 의도로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일 거예요. 그 안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내는 거죠.”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내듯 잡지도 일상의 가려진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누군가 입은 청바지가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뒷이야기를 들으면 색다른 바지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리바이스가 어떻게 생겼으며 그중에서 501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청바지만 두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잡지는 그렇게 숨겨진 이야기를 모아 색다른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잡지는 뒷이야기, 속사정을 찾고 읽어내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거예요. 그렇게 우리가 놓친 일상을 특별하게 볼 수 있게 만들죠. 그게 잡지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교육을 마친 후 한 번쯤 독립잡지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큰 이름, 여유 있는 환경보다 탄탄한 콘텐츠에 욕심을 내고 있었다. “독립잡지는 여건이 열악하긴 해요. 회사도 작고 급여도 불안정하겠죠. 그래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의욕만큼은 확실한 곳이에요. 독립잡지에서 멋진 잡지를 한번 만들고 싶어요. 거기에서부터 한 단계씩 나아가려고요.”


교육을 시작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매일 이어지는 힘든 일정에 많은 연수생이 피로를 느끼고 있을 때였다. 김민지 씨도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수업을 마치고 카페에 앉아 잡지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의 눈빛은 언제 그랬냐는 듯 초롱초롱해졌다. 잡지를 향한 그의 사랑은 아직 식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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