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유내강 이런 내강?!] 제1편
I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故水之勝剛也 弱之勝强也
[도덕경 제78장 '천하유약']
주변의 사람들을 만날 때면 가장 먼저 유의 깊게 바라보는 것이 있으신가요?
제 경우에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일종의 톤[tone]을 먼저 피부로 느낍니다.
여기서 톤이란? 1)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나 어조라고 사전에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분위기라는 건 자신이 인위적으로 설정하거나 연기하기엔 워낙에 복잡하고 총체적인 합이자, 고유의 개성이라 할 수 있기에, 꾸며낼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동안 와닿는 고유의 분위기를 느낄 때면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제가 얘기해보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분위기 중 특별히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부드러움(柔)'입니다.
chapter 1. 저는 부드러움을 소망합니다. <I hope for softness.>
누군가 제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 하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아요.
저는 부드러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말랑한 피부를 갖고 싶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마침내 유해지고, 유연해지고, 제게 위기와 갈등이 찾아와도 편안히 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chapter 2. 내가 생각하는 부드러움은? <Well, the softness I think.>
제가 만나본 부드러운 사람들을 얘기한다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가 좀 더 될까 해 부연 설명으로 소개합니다.
첫째론, 경험의 양질이 굵직하다.
부드러움을 가진 사람의 일례로,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게 되는 미용실의 디자이너님 ✂입니다.
저는 종종 자주 가는 미용실 디자이너님과 일상을 나누면서 머리를 다듬고 사는 얘기, 스치는 얘기들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고는 거울 앞에 앉아서 원하는 스타일을 얘기한 뒤 시작되는 가위질과 함께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대화를 하면서 순간마다 놀랄 때가 있는 것은 정교한 가위질과 빗질과 함께 우리의 얘기를 주고받는 것 또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앞에 놓인 적나라한 거울을 앞두고 소통하고 있지만, 대화의 템포를 보자 하면 마치 오랜만에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와 케이크를 시켜놓고, 테이블 앞에서 마주 보고 앉아 교류하는 것 같이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중에 깔끔한 드라이까지 마무리 한 뒤 여쭤보았더니, 미용일을 오래 하다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무르익어 찾아주는 손님과의 대화와 미용 작업이 물 흐르듯이 하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디자이너님에게 느꼈던 분위기는 매번 반복하고 자연스럽게 쌓아가는 경험의 결실이었구나 하고 말이죠.
둘째론, 오르고 내리는 변동폭이 적다.
살다 보면 돌발적인 순간들이나, 갈등이나, 위기들을 만날 때가 있죠.
그 순간에서 제 심장과 감정들은 순식간에 널뛰면서 목소리가 커지거나, 이불킥을 할 만한 일들을 자주 만들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참 단조롭거나 여유 있게 대처했었으면 어땠을까 괜스레 바람이 커졌어요,
부드러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토록 우리가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해서 크게 놀라 하거나 동요되지 않아 보였습니다. 연습이나 학습을 통해서 이룬 것일지 모르겠지만, 찾아오는 순간에서 의연히 대처하는 모습을 볼 때면 단단해 보이면서도 일관된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 번 크게 인간관계에 데어 조용히 제 얘기를 들어준 친구한테 너는 어떻게 그렇게 유연히 덤덤히 살아갈 수 있어? 화가 나거나, 아프거나 하지 않아? 하고 묻자 그 친구는 제게 이런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아픈 건 항상 아프지. 아픔은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아.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파만 하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더라고, 굳이 주어진 상황에 대한 이유나 아픔을 바라보기보다는 인정을 하거나, 당장에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아"
참, 같은 나이, 같은 시간을 지내온 친구의 모습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깊은 못을 보는 것 같았어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그 친구와 함께하는 순간을 좋아하고, 오르내림이 적고 단단해 보이는 삶을 동경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chapter 3. 자, 그럼 이제 유화될 시간이다. <It’s time to soften up!>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저처럼 부드러움을 예찬하는 사람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소망하는 이상향이 어떻게 들릴지도 모르겠고요.
그럼에도 여기까지 제 얘기에 힘껏 공감해 주는 분들을 위해
다음 편에서 말랑해지기 위한 시간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다가올 이야기 부제> ※ 아래의 내용은 수정될 수 있습니다.
부드러움을 찾아가는 제1단계, 왜 나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소유하고 싶을까?
부드러움을 찾아가는 제2단계, ...
그럼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