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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을녀 Sep 05. 2024

입추의 낮잠

여름과 가을 사이

따뜻한 햇살이 등을 토닥이면

스르르 눈을 감아본다


후텁지근 눅진한 여름이 채워지면

마알갛게 파란 가을을 뱉는다


하늘에서는 매미가 울고

땅에서는 귀뚜라미가 우는 시간

그 어딘가에서 낮잠을 잔다


솔잎들이 감태처럼 얽혀

커다란 이불을 펼친다


고단했던 자여

여기에 시뻘건 한 숨을 토하고 가라

그 숨이 끊어지면

그대에게 투명히 맑은 숨을 불어주리라


그대가 떠난 자리에는 시뻘건 핏자국이

가을 밤 북극성처럼 초롱초롱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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