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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을녀 Mar 07. 2020

구스타프 클림트

클림트

요즘 많은 사람들은 나답게 살라 또는 자신을 믿고 자신의 옳은 길을 가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나" 답게를 강조하는 현실에서 과연 "나" 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해야 "나"다움을 찾을 수 있는 걸까요?  저는 그 답을 헤르만 헤세의 유명한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에서 생각해봅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세상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자신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공감 가는 구절이고 감동적인 명문장이지만 이렇게 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요.
오늘은 실제로 자신의 "나"다움을 찾기 위해서 자신의 세상을 깨뜨리고 나온 한 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입니다
우리는 화가 클림트 하면 가장 먼저 키스라는 명작을 떠올립니다. 남녀가 키스를 하기 직전의 모습을 포착한 그림으로 황금빛의 금박이 아름답게 빛나는 그림입니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금박의 매혹적인 여성이 나오는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주 아주 엘리트적이고 모범적인 그림을 그려서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정부의 수주를 받아서 시청에 새겨진 그림입니다. 이 그림에는 당시의 유명인사 255명이 그려져 있습니다. 255명의 초상화를 그린 관찰력 좋은 그는 세밀한 묘사를 잘 다루는 화가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의 나이 30대쯤에 그의 아버지와 사업 파트너인 동생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합니다.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의 가족들이 죽은 후 남은 어머니와 여동생은 정신병을 얻게 되고 클림프 또한 그동안의 인생을 뿌리째 뒤흔드는 큰 사건을 겪게 됩니다. 바로 아르누보 사상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아르누보 사상이란 기존의 전통적인 미술을 거부한 새로운 사상이었습니다. 공예품에 예술(미)을 접목하기도 하고 예술에 소재를 다양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술을 표현하고  기존의 신이나 영웅을 아주 고풍스럽게 그리는 미술에 반대하는 사상이었답니다. 클림프가 그림에 금박을 입힌 것도 이 사상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엘리트 교육을 받고 모범생처럼 살던 클림트에게 새로운 미술 사상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다른 사람과 같은 미술이 아닌 "나"다운 미술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불어넣어주게 되었습니다.  사실 당시 오스트리아의 미술계는 전통적이었습니다. 이미 인상주의와 새로운 미술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게 있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전통적인 미술을 아직까지도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클람프는 기존의 미술계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렸고 사업적으로도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족의 죽음과 아르누보의 영향 그 후부터 클림프의 그림은 기존 그림과 확 달라집니다.  


그의 그림 사랑입니다.  기존의 아름답고 웅장한 느낌과는 다소 다른 느낌으로 아름답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지만 그 연인 뒤로는 망령들이 존재합니다이 연인의 끝이 비극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들게 하는 그림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본인다운 양식을 찾은 클림트에게 의뢰가 들어옵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천장화 그림을 그려달라는 의뢰입니다. 이 의뢰를 한 사람들은 예전의 그가 그린 그림처럼 전통적이고 예쁜 그림을 예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천장화는 크게 의학, 철학, 법학으로 이루어졌는 요. 여기서는 의학에 대한 이미지만 소개하겠습니다.


그림 정면에는 의학의 여신 히게이아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죽은 이의 모습이 보이고 왼쪽에 있는 살아있는 이조차 죽음의 세계에 곧 갈 것 같습니다.  즉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죽음을 막을 수 없으며 학문이란 인간의 죽음 앞에서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본 관계자들은 경악하며 클람프를 비난합니다. 결국 빈 대학의 천장화 작업을 취소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이에 분노한 그는 천장화 작업 후에 금붕어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립니다.


엉덩이를 내놓은 여자가 냉소적인 표정으로 누군가는 비웃는 그림인데요. 이름의 제목처럼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 이들을 금붕어라고 지칭하며 비웃는 그림이랍니다.


그의 그림 키스입니다. 제 생각에 이 그림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바로 키스 전의 이미지를 그렸기 때문인듯합니다. 키스 직전의 달달한 공기가 어떤 섹슈얼한 느낌들 그리고 남성성과 여성성이 극대화되는 그런 장면을 그대로 묘사해주는 

작품인 듯합니다.  여자의 표정은 기쁨과 환희에 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클림트는 이 순간의 느낌을 금으로 아주 화려하게 표현했습니다. 색상이 아주 강한 금은 환희과 기쁨의 표시이자 변하지 않는 어떤 것에 대한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아마도 환희에 차있지만 사랑하기에 망설여지는 여자에게 주는 남자의 프러포즈 같습니다. 내 영원히 너를 사랑하겠다는 달콤한 프러포즈 말입니다. 약속이 지켜질지는 알 수 없으나 약속을 받는 이 순간이 아주 매혹적인 순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의 그림 유티드입니다. 유티드는 우리나라의 논개와 같은 인물인데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적장을 유혹하고 그와의 동침을 통해서 적장의 머리를 칼로 베어버린 강단 있는 여자입니다. 많은 화가들이 이 유티드란 여자에 대한 그림을 그렸는데요. 클람프가 그린 유티드는 아주 매력적인 악녀로  보입니다.  오른쪽 아래에 그림은 적장 홀로페르네스입니다.  이 그림은 팜므파탈의 전형적인 그림인데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면 이 시대에는 여성들의 인권이 신장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기에 기존의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여성에 대한 무의식적인 불안감을 느끼고 여성을 팜므파탈로 그린 그림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 이 그림은 소녀에서 여자가 되어버린 이가 또 다른 인연을 기다리는 모습인 듯합니다. 순수한 소녀에서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버린 여자는 기존의 연인이었던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베어 내버립니다. 이미 누군가의 연인이었기에 소녀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이미지는 섹슈얼리티 합니다.
더욱이 이 여성의 태도는 미련 없이 당당합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사람에게 고혹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클림트는  국가에서 의뢰를 맡길 정도로 유명한 화가였으나 결국 고전적이라는 틀을 깨고 그의
세상을 향해서 노력합니다. 그의 세상을 깨고 "나"다운 진정한 그림을 그린 그는 결국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화가가 됩니다.  마치 그의 그림에 있는 변하지 않는 황금과 같이 말입니다.


그는  끝까지 자신 다움을 잃지 않고 기존의 세력에 의문을 제기한 인물이었습니다. 이런 노력 덕에 자신만의 색채를 찾아 오랫동안 향기로운 그림으로 남아 있는 듯합니다.  이상 클림트에 대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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