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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을녀 Apr 15. 2020

고야! 전쟁을 고발하다

고야와 전쟁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대, 지구 반대편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바로 전쟁과 내전이라는 이름의 폭력입니다.  세계 유일의 휴전국이자, 민주화 사태를 경험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우리에게 먼 일은 아닌데요.

오늘은 전쟁과 내전의 잔인함을 강렬하게 고발한 화가 고야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해요. 궁정화가였던 고야는 누구보다 폭력의 잔인함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요. 그가 고발한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그림을 이야기하기 전에  스페인과 프랑스의 반도 전쟁을 설명할게요. 나폴레옹이 프랑스를 지배하던 시절, 그는 자신의 형을 강제로 스페인의 왕으로 임명하려고 한답니다.


무능한 정부는 이를 막을 능력이 없었답니다.
 이에 스페인의 국민들이 저항하자,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은 스페인의 민간인을 잔인하게 학살하는데요.  이렇게 학살된 민간인들은  스페인의 독립을 위해 그리고 복수를 위해 프랑스군에게 보복합니다.
이 악순환 속에서 한 인생을 살았던 고야는 폭력의 잔인함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고발한답니다.


그의 그림 <마드리드, 1808년 5월 3일>는 프랑스 군이 스페인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랍니다. 엄청난 숫자의 스페인 민간인을 학살한 이 사건은 고야의 스케치 위에서 다시 재현됩니다.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도 빛나는 남자와 기계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프랑스 군 사이에 긴장감이 맴돕니다
 기계적이고 차가운 폭력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빛나는 어떤 정신이 남자에게 느껴지는데요.
아마도 폭력에 저항하지 않는 민초들의 정신쯤이 아닐까 싶답니다.


국민들의 민간인 학살, 죽지 않는 민초들의 어떤 정신 등 이 그림은 우리가 겪었던 5.18 광주 민주화 사건과 많이 닳아있기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그림일 것 같아요. 선과 악의 대립, 빛과 어둠의 대립된 이 구도는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요.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전쟁에도 이런 구도가 나타난답니다.


전쟁을 매우 사실적으로 고발한 <전쟁의 참화 >는 이성을 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짓을
기록한 것처럼 보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전쟁의 끔찍함을 알게 해 줍니다. 신념이나 명분 따위는 없습니다.

그저 폭력의 악순환일 뿐입니다.


이렇게 전쟁의 끔찍함을 견딘 고야는 말년에 귀머거리가 된답니다. 귀가 들리지 않던 그는 고립을 작정한 듯 시골마을에 작은 집을 구해 그곳에서 은둔생활을 합니다.  


고야의 말년이 새겨져 있는 집, 우리는 이 집을  "검은 집"이라고 부릅니다.  집 전체에 고야가 그린 으스스한  검은 그림들로 가득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로 누스는 그의 검은 그림 중  명작으로 꼽힌답니다.


사투로 누스는 제우스와 그리스 신들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그의 자식이 자신을 살해하고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습니다. 그 후 그는 자식을 잡아먹습니다.   자식을 먹는 아버지, 그 표정은 흡사 괴물처럼 무섭고 끔찍해 보입니다.


궁정화가 시절 밝은 화풍의 그림을 그렸던 그는 왜 이런 끔찍한 그림을 그렸던 걸까요?
왜 하필 잡아먹은 후도 아니고 전도 아닌 잡아먹히는 중인 장면을 그린 걸까요?
아마도 전쟁은 고야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인간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세상에서 살다 온 그가 전과 같이 살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고야뿐 아니라 폭력이 지나간 자리에 살아남은 인간은 자신이 한 일들에 대한 끔찍함, 죽은 사람들에 대한 애도, 그리고 오직 잔인함만 가진 괴물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들은 이제 이 무거운 감정을 꽁꽁 숨긴 채 다시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죽는 날까지 그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림 속 괴물의 표정은 폭력이 끝난 자리에  남아 있는 멍자국을 마주하는 이들의 표정과 닮아 있습니다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족쇄를 찬 이들의 마음속 아우성과 같습니다. 그래서 고야가 그린 이 끔찍한 그림은 폭력의 잔인함을 그 어떤 말보다 더 잘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상  고야에 대한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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