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다듬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집 침대는 퀸사이즈이다. 현재 1인가구이지만 공간이 넉넉하다면 퀸사이즈가 싱글보다 더 넓고 편할 것 같아서 퀸으로 골랐다. 다른 공간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두 배 사이즈 침대를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지금은 사람집사 한 명과 반려고양이가 함께 잠을 청하는 곳이므로 전체 넓이의 70%는 매일 쓰고 있다. 이 침대는 다른 기능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고양이 마사지숍이다.
내 머리맡 베개 옆 쿠션에서 늘 잠을 자는 모카는 자기 전에 한번, 일어나서 한번, 나에게 슈렉 장화 신은 공양이 버금가는 귀여운 얼굴과 눈빛을 보낸다. 그럼 집사는 쓰다듬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매우 부드럽기 때문에 우리 집 침대에 있던 인형들은 하나둘 어디론가 사라졌다. 물론 쓰다듬으면 털이 빠지는 부작용도 있지만.
3년이 다 되어 가는 우리 집 침대는 그리하여 거의 공식 고양이 마사지숍이 되었다. 이제는 고양이 손님 모카가 눈빛을 보내지 않아도, 쿠션에 자리를 한다면 잠이 들기 전 혹은 일어나서 자동으로 마사지가 시작된다. 사람세계에서는 괄사마사지가 유행인데, 우리 집 마사지숍도 루틴이 있다.
먼저 머리통 혹은 위쪽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마사지의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양쪽 볼과 턱을 여러 번 긁는 시간을 가진다. 다음으로, 턱부터 배까지 장신의 기다란 몸통을 시원하게 긁는 시간이 있다. 또, 헤어밴드처럼 머리와 귀를 감싼 상태에서 손을 뒤로 당겨주는 단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허리부터 등을 전체 쓰다듬어 준 후 약한 궁디팡팡을 한 세 번 정도 한다.
설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위 내용이 코스이다. 경우에 따라 생략되는 과정이 있지만, 풀 코스로 하면 위와 같다. 또 설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점은 모카도 위 코스를 알고 있고, 때에 따라 몸을 뒤척여서 마사지받기 좋은 포즈를 취한다는 것이다. 혹은 오늘은 얼굴마사지를 더 받고 싶으면 얼굴을 강조하는 몸짓을 한다. 생각해 보니 어이없고 귀엽다, 참나. 하지만 푸바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푸바오가 할부지들한테 철봉사이로 마사지받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괜히 판다가 중국어 단어 뜻으로 웅묘(고양이곰)인 게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우리 집 고양이 마사지숍은 단 한 마리의 VIP 손님을 위해 매일 문을 연다. 이 손님은 정말 단골이다. 대가를 낸 적은 없지만, 대신 오래도록 건강하고 평생 행복한 그르릉이 가득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