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제주 봄 여행
지난 1월 말, 저의 반려묘 모카가 고양이별로 먼저 여행을 떠났습니다. 지금 쯤이면 천국이든 아미타든 고양이별이든 아픔 없고 많은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곳에 도착했을 것 같아요. 함께한 지 1300여 일로,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인데요. 저에게는 삶에서 가장 빛나는 선물 같은 존재이자 시간이었습니다. 모카와의 삶이 있어서 앞으로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힘든 일도 소중히 더 잘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이 먼저 떠난 후 겪는 인간의 감정이나 생각을 펫로스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는데요. 공식적인 증상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모카가 떠난 일을 온전히 잘 받아들이고 경험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저도 모카가 여행 간 곳에 갈 수 있고, 다시 만나서도 뿌듯하지 않을까요?
모카가 떠난 직후는 이상하게 씩씩하였지만, 떠난 자리들을 실감할 때마다 많이 그립고 모카가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번 시기에도 좋은 감정과 추억을 많이 쌓고 싶어서 모카의 흔적이 있는 유골함과 함께 즉흥적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J의 비중이 큰 사람이어서 즉흥 여행은 이제 거의 가지 않는데요, 모카와 함께 비행기까지 타는 첫 여행이라고 생각이 드니 스트레스도 없고 준비부터 여행 후의 피로까지 그냥 온전히 행복했습니다.
반려묘는 반려견과 다르게 보통 함께 여행을 다니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로 익숙한 환경에서 가장 안정되어 아시아권에서는 외출조차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제가 여행 다닐 때는 일정을 짧게 잡거나, 부모님과 친구들이 방문 탁묘를 해주었습니다. 모카는 다행히 다른 사람과 있어도 밥을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주어서 고마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모두 성격이 달라서 극소수의 어떤 고양이는 외출을 좋아하기도 하고, 주인이 없으면 아예 밥을 먹지 않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모카 덕분에, 무려 8년 만에 유채꽃이 피는 시기의 제주도를 가족들과 다녀왔습니다. 최근에 여행을 가면 하루는 꼭 비가 오거나 흐렸는데요. 이번 여행은 춥지만 정말 맑고 화창했습니다! 모카와 함께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라 그런 걸까요?
모카와 함께 노란 유채꽃도 보고 하얀 한라산 고지도 보고 푸른 바다도 보았습니다. 모든 색의 옷이 잘 어울렸던 모카라서 그런지, 함께 다니 여행의 순간도 예쁘고 다채로운 기억이 되었습니다. 또 모카와 함께 관음사, 산방사, 광명사, 보문사 네 군데의 절을 방문하여, 모카만의 여행과 도착지가 평안하길 기도하였습니다.
살아있는 반려묘와 함께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함께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행 하루 전 날, 모카가 떠나고 처음으로 꿈에 평소 같은 모습으로 나와주기도 하였거든요. 현실로 돌아온 지금은 모카와의 삶도, 함께한 제주도 여행도, 꿈 같이 아득하지만 정말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