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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Aug 05. 2020

엘리, 엘리 라막 사박다니?

어떤 시련이 닥치면 기독교인은 대부분 하나님부터 생각하게 된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그러면서 또 하나님을 원망한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처럼. 

“엘리, 엘리, 라막 사박다니?”(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것이 시련을 겪는 이들의 정해진 수순이다. 

시련이 닥치면, 하나님은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 원망의 대상이 된다.  

마치 하나님께 행복을 맡겨놓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된다. 


이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과연 이 시련을 하나님께서 주신 걸까?’ 


시련은 하나님만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가령 마가복음을 보면 예수님을 시련에 처하게 한 것은 마귀였다.

마귀는 사십일 밤낮을 금식한 예수님을 성전 꼭대기에 세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뛰어내리라. 기록되었으돼 저가 너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시리니 저희가 손으로 너를 받들어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하리로다.”


“마귀와 상대하지 마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도 책 ‘악마는 존재한다’에서 하나님이 아닌 마귀가 주는 시련에 대해 설명한다. 교황은 “마귀가 진행하는 파괴와 비인간화의 교활한 계획에 맞서 싸우는 것은 일상의 현실”이라며 책의 대부분에서 악을 이기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시련은 굉장히 드물다. 

장기간의 평화의 시기 뒤에 사람들이 우상을 섬기는 등 죄를 저지를 때마다 극약처방을 내리시는 것이지, 시시때때로 인간에게 시련을 내려 뭔가를 깨닫게 하시지 않는다. 


“엘리, 엘리, 라막 사박다니?”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뜬금없이 계속해서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원망은 분명 죄다. 가령 우리의 자녀가 그들에게 불행이 닥칠 때마다 우리를 탓한다고 생각해보라.  

 

한편으론, 어떤 시련이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기도 하다. 

신의 뜻은 신이 그 정체를 밝히고 말씀해주시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오늘날 어떤 목사가 설교 중 자기주장에 “하나님의 뜻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등의 말을 지껄이면 당장 욕하고 그 교회를 나와도 좋다. 그는 거짓 선지자일 가능성이 높다.(하나님께서 모세나 여호수와, 기드온, 사무엘처럼 존재를 드러냈다면 아니다.)  


“엘리, 엘리, 라막 사박다니?”

여담이지만, 많은 성경 전문가들은 실제로 예수님이 이 말을 하지 않았고, 나중에 사람들에 의해 끼워 넣어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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