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서는 선지자 사무엘의 행적을 그리면서 동시에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의 등장을 담는다. 이 책에는 이스라엘이 사사 체제의 신정정치에서 왕정 체제로 변화되어가는 역사가 담겨 있다.
하나님께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시기 전에 이스라엘 민족은 그들의 왕을 하나님으로 여겼다.
하나님께서는 사무엘 같은 제사장들의 입을 통해 백성에게 말씀을 전달했고
이스라엘 민족이 다른 민족의 지배에서 벗어나길 원하실 때는 사사를 세우셨다.
이스라엘은 사실상 ‘인간’ 왕이 필요 없는 국가였다. 하나님께서 먹여주고, 입혀주고, 보호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왕을 세우길 바랐다.
이민족에게 지배받는 등의 고통이 그들에게 왕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고통은 매번 우상을 숭배하며 죄를 저질렀기에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다시 하나님께 돌리기 위해서 내리신 것이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은 단지 이스라엘이 다른 나라와 같이 왕이 없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왕이 이스라엘 민족을 단합해 다른 민족의 침입에서 보호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스라엘 민족은 제사장 사무엘에게 왕을 세우기를 요청한다.
“우리에게도 이방의 모든 나라와 똑같이 왕을 세워 주셔서 우리를 다스리게 해주십시오!”
사무엘이 하나님께 이스라엘 장로들의 요청을 아뢰자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는 이스라엘 백성의 소원대로 해주어라. 그들은 지금 너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버리고 있다. 그들은 나를 더 이상 그들의 왕으로 모시려 하지 않고 있다. 내가 그들을 애굽에서 데리고 나온 이후로 그들은 늘 나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찾아다니며 살았다. 그런데 이제 네게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너는 그들의 소원대로 해주어라!”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늘 당신께서 만드신 자녀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신다. 이번에도 그랬다. 다만 왕을 세움으로 인한 온갖 병폐를 엄히 경고하라고 사무엘에게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는 “왕이 누리는 온갖 특권과 그것 때문에 당하는 백성의 고통이 어떠한 것인지 자세히 알게 하여라”라고 당부하신다.
사무엘은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왕을 세워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그렇게 하였을 때 왕에게 얼마나 많은 특권이 주어지는가를 명백하게 알아야 합니다. 왕은 여러분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온갖 일을 다 시킵니다. 자기가 타는 말을 키우게 하고 수레도 맡겨 놓고, 자기가 행차할 때에는 여러분의 아들들을 그 앞에서 달려가게도 합니다. 그는 또 여러분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장교나 사병도 만들고, 자기의 밭에서 일하는 농부도 만들고, 무기나 전차를 만들게도 합니다. 그는 여러분의 딸들도 데려다가 자기의 왕궁에서 온갖 일을 시키며 부려 먹습니다. 왕을 위하여 요리도 하고 떡도 굽고 향유도 만들고 옷에 수도 놓게 합니다. 그는 여러분의 농토와 포도원과 감람원에서 나는 가장 좋은 것들을 강제로 거두어다가 자기의 관리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그리고 나서 여러분이 수확하는 곡식과 포도 가운데서 10분의 1을 세금으로 거두어다가 자기의 신하와 종들에게 줍니다. 그는 여러분의 남종과 여종들도 데려다가 자기 일을 시키고, 여러분의 소와 나귀 중에서도 제일 좋은 것만 끌어다가 부려 먹습니다. 그는 여러분의 양 떼 중에서도 열 마리에 한 마리씩은 세로 받아 갑니다. 결국 여러분 자신은 모두가 왕의 종이 됩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당하는 날이 오면, 지금 소원하던 왕 때문에 탄식하며 부르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그러나 그때에는 여호와께서 여러분의 호소를 들어주지 않으실 것입니다.”
이러한 말을 듣고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집 센 아이처럼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렇지 않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왕을 세워야 되겠습니다. 왕이 있어야 우리의 법적인 문제도 판결해 주고, 전쟁이 나면 우리를 이끌고 나가서 싸우기도 합니다!”
이에 결국 이스라엘에는 왕이 생긴다.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왕이 생긴다는 것은 곧 여러 계급이 생긴다는 의미다.
계급은 곧 인간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시스템이다.
오직 신에게만 지배받던 평등한 사회 이스라엘은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고 고통받게 된다.
이스라엘 백성 입장에서는 혹 하나 떼려다 열 개를 더 붙인 셈이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애초에 하나님만 바라봤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