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일 Feb 04. 2021

갑자기?! 강호동 (5)

*책 '재미의 발견' 출간 전 연재. '프롤로그'부터 읽으면 더 좋습니다.


<1박2일>, <스타킹>, <무릎팍 도사>, <아는형님>…. 이 프로그램들을 본 적 있다면 프로그램 이름만 들어도 강호동이 생각날 겁니다.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언제나 강호동이 메인입니다. 강호동에게 대부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강호동을 떠올렸을 때, 그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일박! 이일!”을 박력 있게 외치는 모습, “스타 중의 스타, 킹 중의 킹, 스타~ 킹!” 과장된 액션으로 출연진을 독려하고 관객의 이목을 모으는 모습, “진심을 담은 배우 황정민~~~! 그가 왔다!” 게스트를 번쩍 들어 의자에 앉히고 책상을 쾅 치며 바짝 다가가 노려보는 모습. <아는형님>에서 게스트와 출연진을 윽박지르는 모습. 아마 대개는 이렇게 위압적인 모습으로 장난스럽게 소리 지르는 장면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째서 강호동의 이런 모습을 기억할까요? 

기억이란 장기간 이어지는 집중입니다. 강호동의 이런 모습이 바로 특이(特異)이자 격변(激變)이었기 때문입니다. 강호동은 어떤 예능에서든 보통 연예인들과는 두드러지게 다른 박진감 넘치는 말과 행동으로 이어지던 흐름을 갑자기 반전시킵니다.      


이제 강호동의 예능 데뷔나 마찬가지였던 씨름판으로 돌아가 봅시다. 모래 위에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괴성을 지르는, 샅바를 잡고 윙크하는 강호동에게 이만기는 주의를 줍니다. “깝쭉거리지 마라 이 새끼야.” 그런데 하늘 같은 선배 이만기의 말에 강호동은 주눅 들지 않습니다. 심판을 바라보며 “예? 저 못하겠는데예. 상대 선수한테 욕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응수합니다.      


그 옛날 씨름판의 예절을 생각하면 어찌 보면 당연했던 이만기의 조언을 ‘상대 선수에게 하는 욕’으로 바꿔버린 것입니다. 전의(轉意)입니다. ‘이게 미쳤나?’ 이만기는 이렇게 당황했다고 합니다. 이후 그가 진행하는 예능에서도 강호동은 이런 식의 관점을 전환하는 멘트를 쏟아냅니다. “아니 근데” “그게 아니고”… 끊임없이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며 당혹과 집중을 일으킵니다. 강호동은 씨름 선수 시절부터 특·전·격을 만드는 데 재능이 있었고, 이 재능을 코미디언이 된 후로도 계속해서 활용해온 것입니다.      


수많은 인기 크리에이터를 만나고 그들의 콘텐츠를 분석해온 저는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특·전·격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영업비밀입니다. 물론 특·전·격이라는 용어를 알지는 못했지만, 제가 만난 크리에이터들은 특·전·격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경험을 통해서 그것을 깨우쳤습니다.     


개념을 배워서 충분한 지식도 있지만 체득해야 하는 지식도 있습니다. 이 지식은 마치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특·전·격이라는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서는 그저 개념을 아는 것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개념만 아는 것은 책으로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제가 다음 장에서 할 작업은 우리를 울고 웃겼던 굵직굵직한 콘텐츠에 특·전·격을 대입해보며 함께 감을 잡아가는 것입니다. 당신을 당혹하게 하고 집중하게 했던 콘텐츠의 어떤 장면에서 시작해 그것이 어째서 특·전·격인지 살펴볼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까꿍! - 특·전·격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