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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Feb 04. 2021

2부 재미의 시작 (6)

출근길, 벚꽃

*책 '재미의 발견' 출간 전 연재. '프롤로그'부터 읽으면 더 좋습니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하면 욕먹을 수도 있겠지만, 요즘 저는 출근길이 즐겁습니다. 운 좋게도 환하게 만개한 벚꽃들을 원 없이 보거든요.      


기이일게 이어지는 분홍 벚꽃길. 그런데, 이 황홀한 꽃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멈춰 서서 입을 헤~ 벌리고 쳐다보는 곳이 있습니다.       


눈을 돌리는 곳 어디나 벚꽃인 이 길에서 어쩐 일일까요? 정말 갑자기 말이죠. 그 많은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다요. 사진을 찍는 이들도 더러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처음에는 여기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벌린 입 사이로 벚꽃잎이 들어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곳, 

분홍색이 갑자기 뚝 끊기고 어쩐지 흰 빛이 비치는 곳. 

수많은 분홍 벚나무들 사이에서

눈물겹도록 빛나는 흰 벚꽃을 피워낸 나무가 우뚝 서 있는 곳. 

분홍 꽃비가 그치고 하얀 꽃비가 내려 갑자기 눈이 부신 그곳. 

“와” 하고 오묘한 표정을 짓는 곳. 


“와~” 

당신도 분홍 벚나무들 사이에서 그 하얀 벚나무를 마주했다면, 그 흰 꽃비를 맞는다면, 분명 잠시 모든 걸 멈추고 나무를 바라볼 테지요. 

벌써 마음속에 그 벚나무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뜬금없이 출근길의 흰 벚나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당신을 잠시 멈춰 서게 한, 당신을 당혹하게 하고 집중하게 한 이 희디흰 벚꽃에 재미의 기본, 즉 특이·전의·격변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에 적었듯 다양한 현상을 포괄할 하나의 법칙이 있고, 그 법칙이 또 다양한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재미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법칙은 곧 특·전·격입니다. 지금부터는 특·전·격이 담겨 있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특·전·격이 무엇인지 감을 잡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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