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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Feb 04. 2021

특이(特異) (7)

: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름

*책 '재미의 발견' 출간 전 연재. '프롤로그'부터 읽으면 더 좋습니다.



‘보통’을 생각해봅시다. 예를 들어 학교 친구들이 대부분 당신에게 살갑게 대한다면, 당신에 대한 학교 친구들의 태도는 보통 ‘살갑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 중국집들에서 시킨 자장면이 집까지 배달되는 시간이 대부분 30분 내외라면, 마을 중국집들의 자장면 배달 시간은 보통 30분 내외입니다.      


학교에서 모자 모양의 표준정규분포표를 배운 적 있다면, 정 가운데가 ‘보통’이고 그 가운데서 멀어질수록 특이(特異)입니다. 수많은 친구들 중에서 유독 한 친구가 당신을 무시하고 욕을 한다면 그 친구는 당신에게 당혹스러운 존재일 것입니다. 집과 중국집들 사이의 거리가 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다른 중국집과 달리 한 중국집에서만 자장면을 15분 만에 배달한다면. 당신은 당혹하고 집중할 것입니다. 그 친구와 중국집이 당신에게 특이하기 때문입니다. 회색 카드를 들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상상해봅시다. 그중 한 명이 빨간색 카드를 들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그 사람이 바로 특이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설명하려는 ‘특이’는 주로 콘텐츠에 관한 것입니다. 가령 『백설공주』 『미녀와 야수』 등 일반적인 동화책 엔딩에서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보통’ 해피(happy)입니다. 대부분 해피엔딩이죠. 또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제는 보통 권선징악입니다. 대부분 악을 멸하고 선(善)을 권하는 내용이지요.      


어떤 동화가 인기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동화작가 고문영의 작품처럼 잔인하고 비참한 감정을 남긴다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봤는데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와 마찬가지로 악을 무찌르는 선의 이야기가 아니라 갈등 관계에 있는 모든 등장인물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면….      


콘텐츠 안에서 우리는 무수한 ‘특이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장르, 주제, 사조(思潮), 세계관, 이야기 소재, 캐릭터 설정, 등장인물의 위상, 스토리 구성 방식, 전개 방식, 플롯, 작품의 분위기, 톤, 스크린스타일, 미장센, 제작기법, 표현방식, 기승전결, 초반·중반·후반·결말부, 컷, 신, 시퀀스… 등등 콘텐츠를 분해하면 나오는 많은 것들이 특정 관점에서 가지는 ‘보통’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크리에이터는 재미를 만들기 위해 먼저 이 ‘보통’의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삶에서든 콘텐츠에서든 무언가가 ‘보통’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시청자는 당혹하고 집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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