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출간되는 책 '재미의 발견'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재미를 만드는 첫 번째 원리가 '특이'라면, 두 번째는 '전의'입니다. 이 글은 전의를 다루는 장의 도입부입니다.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한 돌팔이 의사가 처음 만난 환자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아주 큰 일 날 뻔했다는 그 말에 환자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잠깐 동안의 공황 상태.
그렇게 밑밥을 깐 의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낚싯줄을 던집니다.
“그래도 이제라도 오셨으니 다행입니다…”
미약한 허리통증으로 병원에 간 제 친구는 그리하여 대못 같은 주삿바늘이 척추에 꽂혔습니다. 반전은, 맞지 않아도 되는 주사였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장에서 말하려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시청자의 생각을 바꾸는 무언가는 시청자를 당혹하고 집중하게 한다.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아’라는 생각을 바꿔버린 의사의 말이 친구의 현재의식을 마비시키고 오직 의사의 입만을 바라보게 한 것처럼요.
재미를 만드는 첫 번째 원리가 '특이'라면, 두 번째 원리는 '전의'입니다.
“그런데 당신,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저는 줄곧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재미의 원리를 전해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