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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Mar 02. 2021

예술을  반드시 미술관에서 감상해야  하는 이유

'재미의 발견' 예약 판매 중 선공개 (31)

다시 『심미안 수업』으로 돌아와서, 윤광준은 예술을 감상하는 곳은 반드시 미술관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유는 “미술관에 가면 일단 거리를 두고 대상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인데요. 그는 “무엇보다 ‘집중’의 효과가 크다. 대상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모인다”라고 설명합니다.


어떤 대상과 우리 사이에 전에 없던 거리가 생기면 ‘집중’이 일어납니다. 그 거리는 특이(特異)하기 때문입니다.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은 그저 소변기일 뿐이지만 사후 열린 회고전들에서 감상의 대상이 됐습니다. 변기가 미술관에 놓이면서 관객과 변기 사이에 전에 없던 거리가 확보됐고, 따라서 관객이 그 변기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그런 식으로 변기와 거리를 두지 않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상황을 떠올려봅시다. 대소변이 마려운 상황에서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 우리는 무엇이 묻었는지 슬쩍 본 후 바로 변기에 앉지요. 만취해서 토할 때가 아니면 세세히 뜯어 볼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미술관에서는 변기에 집중하게 되고, 관객은 변기에서 뜻밖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렇게 미술관에서는 재미를 느낄 가능성도 커집니다. 특이를 통해 전의(轉意, 생각의 변화, 의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글은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하며 3년여 쓴 책 '재미의 발견'의 일부입니다. '재미의 발견'은 3월 26일 정식 출간되며(어쩌면 출간일이 앞당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예약 판매 중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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