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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Mar 07. 2021

넷플릭스를 몰아 보는 이유

'재미의 발견' 예약 판매 중 선공개 (34)

결말부에 격변을 배치하는 드라마는 비단 <스카이캐슬>만이 아닙니다. 이러한 결말부는 인기 드라마의 공통점입니다. 지금까지 큰 상을 받고 호평을 받았던 드라마는 100이면 99 결말부에 <스카이캐슬> 못지않은 격변을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드라마가 <스카이캐슬>과 같은 방식으로 격변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결말부에서 격변을 만드는 방식은 드라마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넷플릭스가 지금의 넷플릭스가 될 수 있게 한 킬러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는 매회 결말부에 전반부부터 후반부까지의 흐름을 전부 뒤집는 ‘소시오패스적인 반전’을 배치합니다. 소시오패스 정치인이 권력의 정점까지 오르는 과정을 그리는 이 드라마는 매회 주인공이 정치적인 위기들을 겪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드라마는 특히 매회 중반부에 주인공의 정치 생명을 끝낼 수 있는 치명적인 위기를 던져주고 주인공이 악화일로를 걷게 합니다. 그러나 이겨낼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위기들은 주인공의 극도로 비열한 수(최소 배신에서 최대 살인)로 결말부에서 완전히 뒤집힙니다. 주인공에게 칼끝을 겨누던 모든 위기의 균형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격변에 시청자는 당혹감과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로 드라마의 엔딩 크레딧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 당혹과 집중은 여운이 돼 다음 화 시청으로 이어집니다. 이 드라마로 인해 빈지워치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제작된 <브레이킹 배드>의 결말부 격변은 다른 방식으로 충격적입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매회 후반부까지 승승장구하던 주인공이 결말부에서 큰 위기에 봉착합니다. 예를 들어 화학교사 출신 마약상 월터는 매회 초반부에서 중후반부까지 마약을 만들어 팔며 떼돈을 법니다. 가족을 속이고, 경찰과 마피아를 따돌리며 마약왕으로서 승승장구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결말부 몇 분 동안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거나 그의 불치병, 혹은 가족이나 미숙한 동료로 인해 큰 위기에 봉착합니다. 드라마는 이런 식의 결말부 격변으로 다음 화에는 반드시 월터가 마약상임을 들키거나 체포되거나 죽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조성합니다.

<덱스터>가 결말부에서 격변을 일으키는 방식에는 <하우스 오브 카드>와 <브레이킹 배드>가 섞여 있습니다. 살인마만 골라 살해하는 연쇄 살인마 덱스터는 매회 살해 계획을 세우며 정체를 들킬 위기들에 처합니다. 특히 매회 중반부에서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하고 악화일로를 걷습니다. 시청자는 매번 중반부에서 이번에야말로 덱스터의 정체가 발각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말부에서 덱스터는 결국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살인마를 살해하고 그 시체를 바다에 던져버립니다. 시체가 바다에 빠지는 순간 모든 위기도 함께 사라집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식의 격변인가 싶더니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결말부의 끝에는 <브레이킹 배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위기의 전조가 찾아옵니다. 다음 회에는 반드시 그의 정체가 발각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조성합니다. 이러한 결말부 두 차례 격변은 시청자의 당혹감과 집중력을 극대화해 다음 화를 시청하게 했습니다.

 한편, <브레이킹 배드>와 <덱스터>의 결말부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특·전·격 증폭제 중 하나인 ‘불안정성’ 때문입니다. 어떤 특·전·격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강한 기대감이 조성되면 이후 특·전·격이 일어날 때는 그 당혹감과 집중의 강도가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학창 시절 줄을 길게 늘어서서 주사를 맞았던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이번에는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팔에 주삿바늘이 꽂히는 상상을 해보세요. 팔에 주삿바늘이 꽂히는 격변은 줄을 길게 섰을 때, 즉 격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조성됐을 때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브레이킹 배드>와 <덱스터>는 매회 후반부까지 이러한 불안정성을 아주 잘 조성해냅니다. <브레이킹 배드>에서 불안정성의 근원은 월터가 시한부라는 설정과 정신 상태가 불안정한 그의 동료에 있습니다. <덱스터>에서는 주인공의 정체를 의심하는 정의롭고 집요한 주인공의 여동생과, 주인공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살인마에 의해 불안정성이 형성됩니다.   


*이 글은 기자 생활을 하며 3년여 쓴 책 '재미의 발견'의 일부입니다. '재미의 발견'은 3월 26일 정식 출간되며(어쩌면 출간일이 앞당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예약 판매 중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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