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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Mar 08. 2021

스파이더맨이 인기를 잃은 이유

'재미의 발견' 예약 판매 중 선공개 (35)

마블 캐릭터 중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아이언맨입니다. 그런데 사실 아이언맨은 2008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주연으로 한 첫 번째 영화가 나오고 나서야 서서히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언맨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인기가 있었고, 더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캐릭터는 스파이더맨입니다. 


스파이더맨은 마블 히어로 중에 격변의 폭이 가장 큰 캐릭터입니다. 마블의 다른 캐릭터들은 평소의 삶과 영웅으로서의 삶이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캡틴아메리카는 적과 싸우지 않을 때는 늘 멋지게 샌드백을 치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지요. 호크아이는 적과 싸우지 않을 때는 자녀들에게 활쏘기를 가르치는 쿨한 아빠입니다. 토니 스타크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아이 엠 아이언맨”이라고 했듯 그들이 곧 영웅이고 영웅이 곧 그들입니다. 그들의 삶에는 반전이 없습니다.   


반면, 스파이더맨은 자신이 영웅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지질한 삶을 살다가 범죄가 일어나야만 영웅으로 변모합니다. 그가 가면을 썼을 때는 수다스러워지고 쿨해집니다. 그 급격한 변화에 관객은 당혹하고 집중합니다.  


이러한 스파이더맨 특유의 격변을 가장 잘 소화해낸 배우는 2002년과 2004년, 2007년 개봉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토비 맥과이어입니다. 그는 역대 가장 지질한 스파이더맨으로, 쿨할 때와 지질할 때의 격차가 가장 컸습니다. 그 때문에 관객은 어떤 스파이더맨보다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에게 집중했고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에 대한 향수를 느낍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뒤에 등장한 스파이더맨들은 계속해서 지질한 면모가 사라져갔고, 따라서 격변의 폭도 줄었습니다. 가령 역대 가장 잘생기고 쿨한 스파이더맨인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흥행에 실패해 세 번째 시리즈 제작이 취소됐습니다. 2016년 마블 유니버스에 편입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개구쟁이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 역시 맥과이어의 지질한 스파이더맨을 부활시켰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쿨해졌기 때문입니다. 설정은 지질한 아웃사이더이지만 극 중 홀랜드가 지질한 생활을 하는 모습은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 중에 그보다 잘생긴 사람도 찾기 힘듭니다. 홀랜드를 따돌리는 인물들이 오히려 지질해 보일 정도입니다. 심지어 그의 이모까지 아이언맨이 인정할 정도로 ‘핫’ 합니다. 


스파이더맨은 지금보다 훨씬 지질해지지 않으면 아이언맨의 인기를 제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격변 폭이 작고, 다른 영웅들과 차별성도 없습니다.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800만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흥행한 이유는 캐릭터 덕분이라기보다는 마블에서 우리가 잘 아는 스파이더맨에게 최첨단 슈트를 쥐여주고 <어벤져스> 스토리와 연결하는 등 특이점을 만들었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 글은 기자 생활을 하며 3년여 쓴 책 '재미의 발견'의 일부입니다. '재미의 발견'은 3월 26일 정식 출간되며(어쩌면 출간일이 앞당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예약 판매 중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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