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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Mar 14. 2021

‘메이크 오버’ 인간이 만드는 격변

'재미의 발견' 예약 판매 중 선공개 (39)

<렛미인>, <냉장고를 부탁해>, <미생>, <러브하우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슈퍼 내니>, <언더커버 보스>, <인간극장>, <쇼생크 탈출>


이 프로그램들은 공통적으로 ‘메이크 오버’(make over : 고치다, 개선하다) 플롯을 그 중심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메이크 오버란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대상이 전문가의 조력이나 영향을 받아 크게 변화하는 플롯입니다. 


메이크 오버만큼 강렬한 플롯도 드뭅니다. 소설 『변신』에서 바퀴벌레로 변하는 주인공이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던 것처럼, 전혀 다른 것으로의 변신(transformation)은 그 자체로 격변인데, 이러한 변화가 어떤 마술이나 판타지적 요소가 아닌 ‘사람’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사람에게 성형수술을 해주는 <렛미인>이 대표적입니다. 성형수술 전과 후의 극명한 변화는 격변입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도 같은 플롯입니다. 냉장고 속 거무튀튀한 봉지에 쌓여있던 식재료가 전문가들의 손에서 일류 요리로 재탄생하지요. ‘따라다랏 따~ 따라라라~’ 2000년에 방영한 예능 <러브하우스>는 좁고, 더럽고, 위험한 집을 전문가가 개조해 누구나 살고 싶은 예쁜 집으로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2020년 하반기 인기 예능 <신박한 정리>는 전문가의 ‘정리’를 통해 스타의 집을 전혀 다른 집으로 변화시킵니다. 오은영 박사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아이를 ‘말 잘 듣는’ 아이로 거듭나게 합니다. 미국 인기 프로그램 <슈퍼 내니>(육아의 달인) 역시 비슷한 프로그램입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강형욱은 문제견의 행동을 교정하지요.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도그 위스퍼러> 역시 같은 플롯입니다.   


한편, 메이크 오버는 단순히 외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구두쇠 스크루지가 그랬던 것처럼 한 인간이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내적으로 재탄생(rebirth)하거나 구원(redemption)받는 플롯도 크게 보면 메이크 오버입니다. 가령 드라마로도 제작된 만화 『미생』은 실패한 바둑인이 낙하산으로 대기업에 입사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가 전부는 아닙니다.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은 주인공의 영향으로 내적으로 성장하는 변화를 겪습니다. 


또 다른 예로, 시즌 8까지 제작된 미국 인기 예능 <언더커버 보스>는 사장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직원으로 몰래 숨어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먼저 사장은 외양과 지위가 크게 변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에는 사장이 부하직원을, 부하직원이 사장을 이해하게 되는 내적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재탄생(Rebirth) 혹은 구원(Redemption)입니다. 이러한 내적 메이크 오버가 일어나는 대표적인 영화로는 <쇼생크 탈출>이 있습니다. <쇼생크 탈출>의 원제는 ‘Shawshank Redemption’(쇼생크에서 일어난 구원)입니다. 이 영화의 감동은 탈옥이라는 외적인 결과물이 아닌 인간성의 회복과 구원에 있습니다. 


*이 글은 기자 생활을 하며 3년여 쓴 책 '재미의 발견'의 일부입니다. '재미의 발견'은 3월 26일 정식 출간되며(어쩌면 출간일이 한 주 앞당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예약 판매 중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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