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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Mar 22. 2021

사랑 노래의 격변

'재미의 발견' 출간 전 선공개

가수 이효리는 ‘10 Minute’에서 상대방을 유혹하기 위해서 단 10분이 필요하다고 노래하지만, ‘10 Minute’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랑 노래가 실제로 청중을 유혹할 수 있는 시간은 4분 내외입니다. 단 4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청중을 집중하게 하려면 사랑 노래는 반드시 격변을 담아야 합니다. 


혹시 사랑의 중반부나 후반부를 노래하는 가수를 본 적 있나요? 대부분의 사랑 노래는 사랑의 시작과 끝(이별)을 담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성(性)적입니다. 거의 모든 사랑 노래가 사랑의 처음과 끝만을 담고 있는 이유는 오직 사랑의 처음과 끝만이 격변이며, 따라서 청자를 당혹하고 집중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에 빠지다’에서 ‘빠지다’라는 단어는 격변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랑의 초반부는 끊임없는 격변을 만들어냅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제껏 느껴본 적 없던 감정이 일어남에 따라 당황하게 되고, 그 감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표현을 하죠. 마치 색안경을 쓴 것처럼, 사랑이 찾아오면 모든 게 사랑하는 이를 투과해서 보입니다. 어떤 거리를 걸으면, “그 사람도 이 거리를 걸었을까”, 어떤 음식을 먹으면 “그 사람도 이걸 먹어봤을까”, 책을 읽더라도 종이 위에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공간이 떠오릅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떠올려 봅시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서로에게 당황하고, 집중하며, 부대끼고, 시나브로 물들어 하나가 되려고 합니다. 흰색과 붉은색 물감이 섞여 분홍빛을 만드는 것처럼, 둘은 합쳐져서 전과는 다른 색을 내게 됩니다. 새로운 색으로 새롭게 태어난 서로는 전과 다른 시각, 전과는 다른 외양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랑이 만든 격변은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뜨거웠던 사랑은 보통 몇 년 안 가 식어버리고 격변 역시 원상 복구됩니다. 그리고 이별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격변 없이 이어집니다. 마침내 이별에 다다라서야 다시 한번 뜨겁게 타오르다가 꺼져버리지요.    


사랑의 격변은 이렇게 보통 초반부와 결말부에만 있습니다. 그렇기에 소유와 정기고는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라고 연애 초기 썸 타는 사랑을 노래합니다. 방탄소년단은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됐어. 서롤 불러왔던 것처럼. 내 혈관 속 DNA가 말해줘. 내가 찾아 헤맨 너라는 걸”이라고 사랑의 시작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엑소는 “더는 망설이지 마 제발 내 심장을 거두어 가”라고, 윤종신은 “좋으니 사랑해서~”라고 사랑의 마지막인 이별을 노래한 것입니다.  



*이 글은 기자 생활을 하며 3년여 쓴 책 '재미의 발견'의 일부입니다. '재미의 발견'은 3월 26일 정식 출간되며(어쩌면 출간일이 조금 앞당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예약 판매 중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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