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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Mar 24. 2021

‘갈등’의 시작점 특·전·격

'재미의 발견' 출간 전 선공개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우리는 재미를 위해 ‘갈등’이 필요하다고 배웁니다. 그러나 갈등이 어째서 생기는지는 배우지 않습니다.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도 특·전·격 때문입니다. 특·전·격을 마주한 인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공황상태, 즉 갈등에 빠집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휴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 인간을 상상해봅시다. 이러한 작은 변화조차 안절부절못하는 갈등을 만들어냅니다. 하물며 제대로 된 특·전·격은 어떻겠습니까.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인가, 복수를 결행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날 햄릿 앞에 죽은 아버지의 영혼이 나타나는 일(특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햄릿은 독사에 물려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아버지가 알고 보니 어머니와 결혼한 삼촌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전의). 아버지를 살해한 삼촌에게 복수해야 할까? 사랑하는 어머니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가만히 있어야 할까? 이때부터 햄릿의 갈등은 시작됩니다.  


정유정의 소설 『종의 기원』에서는 주인공이 집에서 충동적으로 어머니를 살해합니다(격변). 그리고 곧 자신이 과거에도 살인을 저질렀던 사이코패스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전의). 이어지는 의붓형제의 방문(격변). 소설은 하루 동안 일어나는 주인공의 갈등으로만 대부분의 이야기를 채워나갑니다.  


갈등은 특·전·격과 뚝 떨어져서 존재하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까지 우리는 갈등이 필요하다는 것만 배웠을 뿐 갈등이 왜 발생하는지는 배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국어 선생님들은 특·전·격부터 가르쳤어야 했습니다. 학생들은 덧셈 뺄셈을 배우지 않고 곱하기 나누기를 배웠던 셈입니다. 정리하자면, 특·전·격은 당혹과 집중, 스트레스 해소, 그리고 갈등을 만듭니다.    



*이 글은 기자 생활을 하며 3년여 쓴 책 '재미의 발견'의 일부입니다. '재미의 발견'은 3월 26일 정식 출간되며, 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예약 판매 중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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