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이모저모
“예민하게 수집한 단어로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주는 사람, 그 단어들로 연결된 문장으로 감각을 노래하는 사람. 김이나의 글에서는 풍경이, 속삭임이, 향기가, 씁쓸함이, 따뜻함이 느껴진다.” (작사가 김이나의 에세이 『보통의 언어들』에 대한 작곡가 유희열의 추천사)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추천사입니다. 칭찬 일색의 문장들이기에, 좋아하는 사람이 쓴 추천사를 보면 그 책을 읽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추천사에 혹해서 산 책을 읽어보면, 좋은 책도 있지만, 실망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추천사를 읽고 있자면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이 추천사는 어떻게 해서 이 책에 들어가게 됐지? 추천사를 쓰는 인물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추천인은 누구지? 추천사를 쓴 이들은 돈을 받았을까? 받았다면 얼마나 받았을까? 궁금한 점이 많아 복수의 출판 관계자에게 이것저것을 질문했습니다.
일단 가장 궁금한 질문입니다. 추천사를 쓴 사람은 돈을 받았을까요? 답은 ‘받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입니다. 다수의 출판 관계자들에게 질문한 결과 평균적으로 띠지에 들어가는 한 문장 추천사는 10만원에서 30만원, 서문에 들어가는 긴 추천사는 20만원에서 50만원을 지급합니다. 이는 5년 전 <동아일보>에서 조사한 결과와 비슷했습니다.
몇몇 대형 출판사는 추천인의 명성에 관계없이 정해진 기준대로 지급하지만, 일부 출판사는 그 기준을 정하지 않고 추천인의 명성에 따라 많게는 10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지급합니다.
반면, 돈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판사 측에서는 소정의 금액이라도 지급하려 하지만, 보통 작가와 아주 친한 사람들은 돈을 잘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돈을 받으면 책의 마케팅에 쓸 돈이 줄어드는 것을 고려한 따듯한 마음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다른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출판사는 어떤 기준에 따라 추천인을 선정할까요? 제각기 달랐으나, ‘영향력’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SNS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나 유튜브 구독자수가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합니다.
에세이, 문학 분야에서는 유독 여성 독자들이 지지하는 인물(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인물)의 추천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예전에는 교수님이라든지, 각 분야 전문가의 추천사를 받고 싶어 했으나 요즘은 그 범위가 확대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훈, 조정래, 손석희처럼 많은 독자들이 존경하고 지지하는 추천인과 연예인의 추천사는 여전히 다들 받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출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추천사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도움이 될 만한 책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었지만, 요즘에는 그런 정보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이제 추천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의 수많은 후기를 통해 책 구매 여부를 결정합니다.
또한, 복수의 출판 관계자는 추천사를 쓰는 인기 있는 필자들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너무 많이 겹친다고 말했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서로 다른 책들에 같은 추천인의 이름이 붙어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추천사가 판매와 직결되고, 정말 영향력이 있는가에 대해서 회의적”이라며 “7,8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추천사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출판인들은 추천사보다 본문 속 문장을 띠지나 책 뒷면에 배치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은 제가 독서문화전문지 <독서신문>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