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영혼에겐 온 세상이 천국이다.

by 김승일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마태복음 5장 3절)


성경에는 오래 생각해야 깨달을 수 있는 문장들이 몇 개 있다. 이 구절도 그중 하나다.


먼저, 옛날에 번역된 문장들이기에 우리말이 어렵다. ‘심령’이 뭔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와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의 선후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물론, 영어 성경에도 고어(古語)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성경보다는 많지 않으니 영어로 읽으면,


일단, 심령은 spirit을 번역한 것이다. spirit이 정신, 영혼을 뜻하고, for는 접속사로 쓰여 ‘때문에’라는 의미(because와는 약간 어감이 다르다. for는 보통 어떤 사실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 쓰인다.)이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니, 영혼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이렇게 번역하면 조금 더 깔끔하다.


그런데 아무리 문장이 깔끔해졌어도, 아직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영혼이 가난하다는 말은 무엇일까?


가난하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괴로운 상태에 있다.


‘가난하다’의 반대말은 ‘부유하다’이다.


솔직히 아무리해도 영혼이 가난하다는 말이 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에게 세상이 천국일 수 있음은 알겠다.


가령 빌 게이츠가 1달러를 얻은 것과, 어린아이가 1달러를 얻은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게이츠에게 1달러는 돈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돈이 10억 달러밖에 없다고 가정하고, 게이츠가 돈이라고 인정하는 단위가 1억 달러라고 한다면, 게이츠의 세상에는 열 개의 행복이 있다. 그러나 1달러짜리에서도 큰 행복을 느끼는 아이에게는 십억 개의 행복이 있다. 어렸을 때 500원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떠올려보라.


비슷하게,

영혼을 ‘마음에 행복을 담아두는 통’이라고 하고, 그 크기를 부유의 척도라고 한다면,

영혼이 부유한 자는

작은 행복을 그 통에 담아둘 만한 가치 있다고 여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행복의 역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영혼이 가난한 사람은 길가 보도블록을 뚫고 나온 작은 들꽃에도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그에게 세상은 온통 행복이며, 천국일 것이다.


그렇다면 영혼은 어떻게 해야 가난해질 수 있을까?


답은 하나다,

작아져야 한다.


하나님이 없다면 자신이 너무나 작은 존재일 뿐임을 인지할 때

너무나 작고 하찮은 존재임을 인지할 때

행복을 담는 통의 크기는 작아지고, 영혼은 가난해진다.

행복의 역치가 낮아지면

마주하는 모든 것에 행복할 것이고,

세상은 천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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