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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Jul 09. 2020

초대교회를 이끈 이는 여성이었다... 삭제돼버린 여성들

북한과 중국의 기독교인들이 종교탄압을 피해 지하교회에 숨어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초기 기독교인들도 그랬다. 이들이 숨어 지내던 교회도 땅 밑에 있었다.      


대표적으로 로마의 ‘카타콤베’가 있는데, 그 이름은 ‘가운데’라는 의미의 Cate와 ‘무덤들’이라는 뜻의 Tumbas의 합성어라고 알려졌다.

그 이름처럼 이곳에는 실제로 엄청난 무덤들이 있고, 초대 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생활하고 예배하고 기도한 흔적들이 있다.      


로마에는 카타콤베가 많고, 가장 오래된 카타콤베는 도미틸라 카타콤베다. 1세기 순교한 도미틸라라는 사람이 자신의 소유지를 묘지로 기증한 곳이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     


총 길이 17km, 묻힌 사람만 15만여 명. 겨우 한 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통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옆으로 무덤들을 볼 수 있고, 예배할 수 있는 공간과, 유물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프레스코화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이 프레스코화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열두 사도가 그려져 있는데 그림의 구도상 이 사도들이 곁다리라는 것이다.   


사진을 보면 아치 밑에 그려진 이들은 예수님의 복음을 전파한 열두 사도다. 잘 알다시피 이들은 모두 남성이다.

그리고 아치 아래 중심이 되는 그림 양옆으로는 사도 중의 사도, 초대 교회의 기둥인 베드로와 바울이 있다. 역시 남성이다.      


그런데 베드로와 바울 사이, 이제는 볼 수 없지만 여기 여성이 있었다.

푸른색으로 덮여버렸지만, 한 여인이 있었다. 양옆에 베드로와 바울을 대동하고 기도하고 있었다. 1세기에서 2세기 전반기까지 초대 교회에서 베드로와 바울보다 더 권위 있었던 이 여성 지도자를 성차별주의자들이 지워버린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숱하다. 프리스킬라 카타콤베에는 여성들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벽화가 있었는데 누군가 이 여성들의 얼굴에 수염을 그려 넣었다. 감히 여성이 성찬식을 주도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그림을 조작한 것이다.      


그림만이 아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여성 사도가 있었는데, 이를 참을 수 없었던 남성들이 신약성경에서 여성을 남성으로 바꿔 적었다. 대표적으로 유니아라는 사도가 그랬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유니아에 대해 “내 친척이면서 나와 함께 옥살이했던 안드로니코스와 유니아에게 문안해주십시오. 그들은 사도들 가운데서 유명한 사람들이고, 나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믿은 사람들”(로마서 16장 7절)이라고 적었다. 사도들 가운데서도 유명하며, 바울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믿은 이 여성은 남성으로 조작됐다..


이 외에도 많은데, 가령 다수의 전문가들은 ‘그녀의 교회’가 그의 교회’로 바뀌었다고 추정하며, ‘지체 높은 그리스 여성들과 남성들’이 ‘지체 높은 그리스 남성들과 여성들’이라고 바뀌는 등 신약성경의 편집자들이 여성을 지워버리고 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계속됐다고 분석한다.      


삭제돼버린 여성들.

요는, 예수님에게서 직접 보고 배운 이들은 여성을 차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에는 정황상 여성이 남성보다 더 대접받았다고 해도 될 정도다.


기독교의 근본정신은 사랑이다. 여성이라고 해서 그 사랑이 덜하지 않다. 예수님으로부터 내려온 사랑의 신앙이 시간이 갈수록 인간에 의해 변질되고 왜곡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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