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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Bigstar Mar 18. 2022

지금 영화와 극장의 역할

피의 분쟁 역사를 노스탤지어로 풀어낸 영화 <벨파스트>의 순기능


케네스 브래너 감독 <벨파스트>.

쨍한 컬러로 평온해 보이지만 어딘가 삭막해 보이기도 하는 북아일랜드를 비추며 활공하던 카메라는 어느새 담벼락을 넘어 북아일랜드 피의 분쟁 초기인 1969년 8월 15일, 벨파스트의 길목에 이르고, 세상은 흑백으로 변한다.


1차 세계대전 후, 영국은 아일랜드를 독립시키고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으로 남겨둔다. 졸지에 아일랜드에서도 아일랜드가 아닌 섬처럼 분리된 상황이 된 북아일랜드. 이 땅에서 친영국 파인 신교도와 아일랜드 민족주의 파인 구교도의 갈등이 불거지고 30년 간 3,500여 명의 희생을 야기한 유혈분쟁으로 지속됐다. 1998년 벨파스트 협정으로 휴전 형태가 되긴 했으나 내부 갈등은 사라지지 않았고, 최근 이 협정을 파기하겠다는 입장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 북아일랜드 유혈분쟁을 유년시절에  경험한 벨파스트 출신의 케네스 브래너가 자신의 아홉 살 시절 경험과 추억을 반영해서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작품이 <벨파스트>다. 케네스 브래너 판 '아홉 살 인생'이다.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와 나란히 두고 볼만한, 두고두고 회자될 케네스 브래너의 역작이다.



피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는 9살 소년의 시선을 따르고,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형,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따뜻하고 포근한 위트까지 담아낸다.  아픈 역사를 노스탤지어로 풀어낸 것이 옳은가 싶기도 하지만, 그런 의문을 단숨에 불식하는 건 역시나 이야기가 품은 진정성과 어느 편에 치우치지 않고 사람을 중심에 둔 시선이다. 소년 버디가 가족 3대 안에서 교감하고 의지하고 사랑하고 다투며 살아가는 모습은 피의 분쟁 속에서도 개인과 가족의 삶은 가장 중요하게 지탱되어야 하는 기본임을 느끼게 한다. 특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대화와 툭툭 던지는 말은 힘주지 않음에도 영화 내내 관객의 마음에 감동을 일으킨다.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을 모두 품는 영화의 너른 품이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을 토닥인다.


<벨파스트>가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영화와 극장이다. 가족이 함께 보러 간 <치티 치티 뱅 뱅>이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환상의 시간은 지금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영화와 극장의 기능과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세상은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됐음에도 여전히 분쟁과 대립이 멈추지 않는 지금, <벨파스트>는 영화의 그 기능과 가치를 관객에게 전하기에 충분하다.


+) 밴 모리슨의 노래! 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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