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 앤 올>의 5월부터 8월, 여름의 기운은 서늘하고 불안하다. 마치 한여름에 내린 서리처럼 기이하다.
그 기운은 인육을 먹는 성향으로 태어난 매런(테일러 러셀)과 리(티모시 샬라메)의 청춘의 시간을 뒤덮는다.
남다른 성향은 둘을 성급히 홀로서기로 내몬다. 매런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 떠난 아빠는 엄마를 찾아가라고 하지만 끝내 찾아낸 엄마도 매런을 품지 않는다. 누구보다 매런을 이해해야 하는 엄마였지만 스스로도 답을 찾지 못한 엄마가 딸에게 줄 수 있는 답은 슬프게도 죽음이다.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유일하게 통하는 리를 만난 건 매런에겐 운명적인 만남이다. 매런과 리의 여정에서 만나는 어른들이란 하나같이 그들 욕망의 도구로 둘을 삼키려 든다. 특히 설리(마크 라일런스)는 징그럽게 스토킹까지 하면서 둘을 괴롭힌다. 의지할 곳 없어 반강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하려는 그들에게 그들과 같은 성향의 어른들조차도 훼방만 놓는 청춘의 시간, 그저 사랑만 하며 살게도 내버려 두지 않는 냉정한 여름, 매런과 리의 여름은 그렇게 노을처럼 붉게 진다.
아비와 어미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어미의 자궁에서 양분을 먹고 세상에 나왔지만 매런과 리에게 줄 양분을 세상은 허락지 않는다. 부모도 그 양분을 내어줄 수 없다. 먼저 난 자들을 양분으로 먹고 자라 또 다음 세대에게 양분이 되어줘야 할 유산의 순환에서 매런과 리는 내쳐진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에서 양분을 구해야 할까. 결국 서로에게 뼛속까지 통째로 양분이 되어주는 길만 남을 것이다. 그걸 조건 없는 사랑으로 읽고 싶진 않다. 그보단 더 처절하게 궁지에 몰린 짐승의 본능적 선택이라고 읽는다. 양분도 유산도 없어 스스로를, 서로를 양분으로, 유산으로 거둘 수밖에 없는 몸부림. 루카 구아다니노의 <본즈 앤 올>은 그러니까 절절한 사랑이 아니라, 벼랑 끝으로 내몰려 선택의 여지가 없는 10대의 초상 같다. 그의 시선에서 지금의 10대는 그렇게 위태롭다는 것일 테다. 그 누구도 뼛속까지 통째로 내어주지 않는 냉정한 세상, 그들이 사는 세상의 암울함이다.
루카 구아다니노가 이 위태롭고 암울한 10대에게 보내는 위로와 어른으로서 갖는 미안함은 영화의 엔딩에 쏟아진다. 설리가 매런을 데려갔던, 숨이 갓 넘어간 노인의 집에 걸렸던 액자를 유심히 바라보던 매런을 생각해본다. 설리의 가방을 채웠던 머리끄덩이들을 생각해본다. 세상에 존재했고 추억할 것이 있다는 액자 같은 증거도, 한낱 머리카락 같은 흔적도 남길 수 없던 두 청춘을 위로하는 시선이 엔딩을 장식하고 그 방식만으로도 <본즈 앤 올>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