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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지 않은 이야기

2015. 3. 14. 00:03 경 10년 전 신조어에 대한 고찰

by 강도르
mansplain



이 단어가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간단히 스쳐가 듯 본 것이고 크게 어떤 분위기인지는 모르지만,

난 이 단어를 보는 순간 불쾌감부터 들었다.


저 단어의 뜻은 남자들이 만 하면 설명하려 드는 남자의 특성을 말한다.


man과 explain가 합쳐져 그런 남자들의 태도를 비꼬는 신조어다.


조금 귀엽게 받아들이자면 얼마나 설명을 해대면 저런 말이 나오냐 뭐 그런 정도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굳이 저런 신조어까지 만들어서 못을 박는 건 상당히 부정적이지 않으려나 생각이 든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자면 뭔가 침묵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싫다.


개인적으로는 누군가의 설명을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고, 그런 설명을 듣다 보면 나름 흥미가 생겨서 무언가를 찾아보게 되는 계기도 된다.

무엇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흥미 있는 것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신나서 얘기하는 상대방을 보면 즐겁기도 하다.


물론 저런 신조어가 나온 이유야 안 봐도 뻔하다.

듣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지루했으면 저런 신조어가 나왔겠냐만은...


저런 신조어가 나왔기 때문에 아마 체면에 신경 쓰는 많은 남자들은 'mansplain'이 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저런 신조어가 나와서 무작정 일방적인 설명만을 해대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적당히 제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향이겠지만...

과연 그렇게 좋은 영향만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대화를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에서는 항상 강조하는 게 침묵이다.

안 그래도 대화가 부족한 요즘 사람들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침묵을 '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침묵을 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것보다 좋은 건 없겠지만


서로 듣기만 하려고 하고 눈치만 본다면?


안 그래도 말실수 하나로 마녀사냥 당하는 요즘이다.

모두가 침묵을 선호하고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다.

모두 스마트 폰을 바라보며 화면만을 응시하고 있는 그런 기분이 든다.


그런 와중에 이런 신조어까지 유행이라니

솔직히 불쾌하다.

이런 신조어를 만들게 된 계기야 분명하겠지만

역시 체면에 신경 쓰고 소심한 사람들이 입을 다물게 될걸 생각하니 엄청 씁쓸하다.


모두가 나이를 먹으며 대화들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워나가야 할 것들을 저런 신조어로 성장을 방해하는 것 아닐까?


사람들이 대화를 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상대방이 지루해하구나

이런 부분을 불쾌하게 받아들이는구나

이번엔 내가 너무 근거 없는 얘기로 너무 내 이야기만 했구나,

이런 자기반성과 병행하면서 조금씩 맞춰나가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나는

저 신조어가 유행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사람들도 그냥 그런 무분별한 설명을 들었을 땐 그냥 막연하게 듣지 말고

지루하다는 의사표시를 해서 말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물론 그런 의사표시를 들었을 때야 당장은 좀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지루하지 않은 대화법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면야 소통의 범위가 더 넓어지지 않을까?


저런 신조어를 만들어서 뒤에서 서로를 신명 나게 욕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건강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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