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인생 (36)

하나 되지 않은 마음

by 강도르

분열의 조장


무더운 여름이 되었다. 부대 일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서 어수선한 나날들이었다.
그런던 와중에 대대전술훈련이 결정되었다.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 대리 중대장으로서 전술훈련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틈이 나면 전술교범을 읽었기 때문에 전술훈련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전술의 이해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이론과의 괴리가 큰 어려움이었다.
지도를 읽어도 현재와 지도와의 오차와 차이는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은 그때그때 바꿔서 지시를 내리기에는 내 경험이 너무 짧았던 것도 있다. 하지만 소위 때와는 다르게 여유가 생겼다. 체력도 더 좋아졌고, 약간의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예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는 아니었단 사실만으로 자신감도 붙어 있었다.
거기다가 선배 장교들과의 친분도 많이 쌓여있었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도와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훈련은 혹독했다. 여름이라고 했지만, 밤과 새벽은 무심하게 추웠고, 중대원들과의 미묘한 간극은 채워지지 않았다.

훈련을 하는 종종 고독함을 많이 느꼈다.
어쩔 수 없이 함께하는 사이라니 참으로 안타깝기도 했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관계겠거니 했지만,
다른 중대는 왜 저렇게 사이가 좋아 보일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나만이 무언가 잘못한 기분이 나를 시시각각 괴롭혀 왔다.

그럼에도 책임을 다해야만 했다.
중대는 선임담당관도 빠져서 그다음 선임이 담당관을 맡았지만 성향 차이가 너무 심해서 시시각각 부딪혔다.

천리행군과 방향 탐지를 할 때마다 계속해서 의견 충돌이 있었다.

중대에 새로운 막내들은 아직 부대에 적응하지 못했고, 천리행군할 때 중대원들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꾸준히 몸을 단련했던 나는 따라가는 데에 문제가 없었지만, 중대 막내들은 낙오를 계속했다.

막내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곧잘 탈진하곤 했다.

그럴만한 게,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여름에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니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대리 선임담당관은 막내들에게 윽박지르고 타박하기 시작했다.


이미 가능하지 않은 행동을 강요해서 될 일인가?
낙오자가 생기지 않게 최대한 맞추어 가는 수밖에 없겠다

이게 훈련 내도록 가진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리 선임담당관은 달랐다.

정신력이 부족하다며, 막내들을 타박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니 내가 보는 앞에서도 흥분한 채로 심한 말을 아끼지 않았다.


중대장님 보다 느리면 어떡하란 말이냐 이 한심한 새끼들아!!!


막내들을 타박하는 대리 선임 담당관을 만류하며, 다독이는 내 앞에서 대리 선임담당관이 외친 말이었다.

힘이 드니까 머릿속에 있는 말들이 그냥 쏟아진 것은 알겠지만, 정말 한결같았다.

선을 긋고, 하나로 뭉치지 않으려는 저 어리석은 사고방식이 싫었다.

막내들의 짐을 조금씩 들어주거나, 힘이 나도록 내가 가진 음료수를 나누어주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대리 선임담당관의 외침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화가 났지만 맞불을 붙이진 않았다. 같은 수준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거운 군장을 내려놓으며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했다.

힘들어하는 막내들의 짐을 조금 나눠 내 군장에 넣고 다시 출발을 하려고 하였으나, 갑자기 무거워진 군장에 적응을 못했는지 중대의 이동속도에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중대의 막내들을 도우면서 갔지만, 내가 속도가 쳐지니 나를 돕는 중대원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내 덕분에 가벼워진 막내들은 나를 제쳐가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대리 선임담당관으로부터 타박을 듣지 않아도 되니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같은 팀이었지만, 한 팀이 아니었다. 저들에게 나는 무시하고 차별해야 하는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음을 느꼈다.

한참을 앞질러 가던 대리 선임담당관은 막내들이 나를 앞서가서 한참이나 뒤처진 나를 보더니 기분이 좋아져 의기양양하게 내게 다가왔다.



중대장님, 빨리빨리 오십시오 다들 기다리지 않습니까?


히죽히죽 웃는 얼굴이, 기분이 나빴다. 선심을 쓰듯이 뒤로 와서 내 군장을 들어주려는 손을 뿌리친 채 외쳤다.



내가 알아서 갈 테니 먼저 가서 막내들 챙기세요


코로 웃음 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이미 저 앞을 향해서 대리 선임담당관은 달려가고 있었다.

팀이 모두 나를 앞서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지치지 않았다. 내 책무는 다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풀이 죽지 않았다.

그저 이 황량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 기분이 나빠진 것을 알아챘는지 대리 선임담당관은 중대원들을 앞에서 설교를 하듯 이야기를 했다.


중대장님, 본인 몸 하나 챙기기 힘들 텐데, 무슨 막내들 챙긴다고 이것저것 들었습니까?
야! 막내들 자기 거 얼른 다시 챙겨서 가!


교묘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나를 깎아내리고 싶어서 굳이 한마디를 붙여서 나와 중대원들을 분리시켰다.
천리행군을 하는 동안 묘한 기싸움이 지속됐다.
막내들의 물품을 들지 않았으니, 내게 부담이 될 게 없었으므로, 쳐지거나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막내들은 다시 대리 선임담당관에게 욕을 먹어가며 이동하고 있었다.

욕을 먹는 막내들이 안쓰러워서 일부러 속도를 줄여서 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보며 히죽히죽 웃곤 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멍청한 짓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미묘한 기싸움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무래도 좋았지만, 내가 오기도 한참 전부터 여기는 그런 곳이었다.




억압의 부재

천리행군 막바지를 앞두고 대리 선임담당관이 급하게 다른 용무로 파견을 가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중대의 사기를 잡아먹는 대리 선임담당관이 가는 것은 두 손을 들고 환영할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중대원들의 큰 정신적 지주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생각해서 앞으로의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렸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인간사 복잡한 것이었다. 대리 선임담당관이 훈련에서 제외되자마자 중대 분위기는 급속도로 좋아졌다. 도움을 받았던 막내들도 눈치를 보지 않게 되어, 나에게 다가와서 고마움을 표했고, 조금 힘들어도 함께 가자는 내 의견에 모두 동의하여 막바지 천리행군은 너무 즐거운 훈련이 되었다.
힘을 내자고 격려를 하면 중대원들도 속도를 내었고, 힘들어도 휴식시간에는 눈치 볼 것이 없이 푹 쉴 수 있어서 움직일 때도 더 힘이 났다.


서로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고,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도 함께 찍었다. 그래서 이 훈련은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는 훈련이었다.
사람이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계급사회의 딱딱함과 안타까움도 함께 겪어서 그런가 더욱이 기억에 많이 남는 훈련이었다. 훈련은 모두 다치지 않고 완료할 수 있었다. 아마 대리 선임담당관은 본인이 가고 나서 이렇게 좋은 분위기가 되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나도 그랬지만, 사람을 타박하고 억압하는 것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은 중대원들에게 큰 신뢰를 얻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 아이러니였지만, 사람은 모두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을 해서 그런가?
내가 없었을 때는 또 다른 방향으로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그런 상황을 알 길이 없고

그게 정말 사람의 재밌는 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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