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팀
특전사에서는 1년마다 그해의 최고의 팀을 선발하는 제도가 있다.
그리고 선발된 팀을 탑 팀이라고 불렀다. 탑 팀에 선발되면, 해가 바뀌기 전에 뉴스에서 탑 팀으로 선발되었음을 알리고, 국내 최고임을 증명하여 군인으로서는 최고의 명예를 받게 되는 것이었다.
특전사 소속 군인이라면 누구나 갈망해야 마땅한 그런 존재였다.
우리 팀은 여단 내에서 경쟁하며 여단을 대표하여 나갈 팀을 선발하는 평가에 임하게 되었다.
그때의 내 심정으로는 나간다고 해도 선발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기본적으로 팀 내의 팀워크가 좋지 않았다.
장교와 부사관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크게 없었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혔을 경우에는 큰 분열이 있을 것이 분명했고, 이런 기본적인 팀워크가 맞지 않는 팀이 무언가를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일단 나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었다. 나는 이미 군 생활을 오래 할 생각이 없었고, 옛날부터 탑 팀 선발에 나가는 것이 로망이기는 하였지만, 지금 팀으로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팀원들끼리 배려와 존중이 없이는 절대로 이루어 낼 수 없고, 우리 팀과 같은 구조에서는 분명히 막내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진행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뿌리부터 썩은 팀에는 결코 열매가 맺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선발 대회에 임하는 것 자체가 불만인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선임담당관의 일방적인 의견과 소통 없는 훈련 방법으로 선발 대회의 준비는 이루어졌다.
중대장은 체력이 많이 좋지 않았고 매번 훈련에서 뒤처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뒤처진 중대장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막내들은 입도 뻥긋 못한 채로 강제로 고강도의 운동을 반복했다.
모든 팀원들은 불만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지만,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선임담당관이 조성하는 분위기로 인해서 사기는 저하될 대로 저하되고, 아침마다 분위기는 침울했다.
원래의 나였다면 이런 분위기를 뒤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겠지만, 그때의 나에겐 이왕에 하는 것 즐겁게 하자가 불가능했다.
곁에 있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무엇을 하든 간에 즐겁지가 않았다.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들은 하는데, 마치 내가 조금만 힘들어하는 기색을 표하면,
부중대장님은 어차피 전역할 거니까, 얻을 게 없으니까 열심히 하지 않는 거겠지?
이런 뉘앙스가 느껴져서, 안 그래도 하기 싫은 일들이 더 하기 싫어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하기로 정했기 때문에 나는 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훈련에 열정적이지는 않았지만, 팀원들이 한다고 하면 함께 했고, 틈이 나는 대로 전술이나 훈련 교범을 읽으며 평가에 대비했다.
쉬운 것은 없었다. 전국 최고를 가리는 대회인 만큼 평가 하나하나가 엄격했다.
체력훈련도 체력훈련이고, 주특기 공부도 쉽지가 않았다. 장비들을 능숙하게 운용할 수 있어야 했지만, 운용해야 하는 조건과 상황도 많이 까다로웠기 때문에 훈련 때마다 난색을 표했다.
사기가 점점 떨어져 갔다.
선임담당관도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것을 눈치를 챈 것인지, 훈련이 끝나고 나면 설교를 가장한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탑 팀이 선발되기만 하면 무엇이 좋고, 어떤 것이 좋고 등등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했지만, 이미 선발될 것 같지 않고 본인들의 피로도가 누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런 사탕발림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때 당시로 돌아간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중대장은 지금의 훈련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고, 나는 훈련을 따라갈 수 있었지만, 의욕이 저하되었다.
내 마음을 선임담당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더라면, 우리 팀이 더 돈독하게 되면서 나도 더 의욕적으로 바뀔 수 있었을까?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의 무게가 다른 팀원들과는 달랐기 때문에 쉽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선임담당관이 내 이야기를 듣고도 무시를 하게 된다면, 나는 아마 죽자 살 자로 선임담당관을 상대로 매번 기싸움을 하려고 들었을 것이고, 그런 모습들이 팀원들과 중대장에게 좋은 모습일 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때는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어야 했을 사람은 중대장이었지만, 훈련을 이끄는 것이 아닌 겨우 따라갈 정도였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는 형성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시간의 흐르고, 선발대회는 다가왔다.
겨울이 다가오는 11월이었던 만큼 코끝이 시린 시간들이었다.
전술훈련 평가를 하는데 실제로 대항군이 운영되고 있어서 쉽지가 않았다.
선임담당관과 고강도의 인터벌 트레이닝을 했던 덕분인지, 산속에서의 이동이 그렇게 힘겹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부분들도 많았고,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포기하지 않았던 탓일까 우리는 여단을 대표하는 팀으로 선정이 될 수 있었다.
여단의 대표로 선발된 탓일까 팀의 사기가 부쩍 올라갔다.
목표가 손에 닿을 거리에 있다고 느껴져서, 의욕이 오르기 시작했다.
여단의 대표로 선발되고, 우리는 여단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선발대회를 치르기 위해 사령부로 이동하였다.
체력평가가 잘 이루어졌는지는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각 평가단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감점을 하기 위해 노려보는 눈빛 속에서 진행된 체력평가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들었다.
턱걸이를 하던, 외줄 오르기를 하던,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무언가 하나가 끝낼 때마다 후련해지기보다는 암흑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전술평가였다. 여기서 잘한다면 우리는 정말로 탑 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무 브리핑부터 시작하여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제 꼼짝없이 시작하게 되었다.
임무수행 보고를 위해서 전술 지식들을 머릿속에 쉴 새 없이 욱여넣었지만 삭막한 분위기의 긴장감은 쉴 새 없이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움직여댔다.
숨 막히는 임무 브리핑을 끝낸 후 이제 전술작전 투입 전 전투준비 상태를 확인하는 사열이 있었다.
문제는 이 사열에서 터졌다.
중대원들의 준비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분주하게 움직였다.
두 번 세 번 중복적으로 확인을 하고 이제 문제없구나라는 생각에 시간이 되어 비장한 마음으로 사열 대기자 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자 세로 내 준비 품목들을 살펴보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몇 번이고 체크할 때는 있었던 내 준비 품목 중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없어질 리가 없는데 왜 사라진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다른 중대원들의 품목들을 살핀다고 몇 번 자리를 이탈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잠깐 사이에 없어질 리가 없는데 당황해서 중대원들에게 내 품목을 보지 못했냐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여기에 대해서 말해주는 이가 없었다.
모두가 한 줄로 서서 있는 상황이었고, 그 줄을 수차례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며 중대원들의 물건을 확인하던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나는 결국 그 품목이 미비된 것으로 감점을 당했다.
너무 화가 났고, 너무 억울했다. 분명히 중대원들 중 그 물품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었을 건데,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은 것에 너무 화가 나서 실성한 듯한 표정으로 허탈하게 있었다.
중대 차선임인, 예전 선임담당관이 부재였을 때 나와 자주 투닥거리던 중사가 내게 와서 내 어깨를 토닥 토 딱했다.
지금도 사실 그 행위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우리 중대원들이라면 내가 중대원들을 챙기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내 물품만이 미비가 되었다는 게 미안해서였을까?
지금도 그날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내 허탈한 마음을 읽어주는 시간은 없었다.
이대로 준비된 품목들을 군장에 넣고 우리는 헬기를 타고 작전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군장과 낙하 선의 무게가 이미 60kg에 육박했다. 제대로 일어서는 것도 힘들었고 예비 낙하산 밑에 걸어둔 군장의 무게 때문에 허리를 펴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펭귄처럼 뒤뚱뒤뚱하면서 작전 이동 헬기에 몸을 실었다.
헬기 속에서 든 생각은 군장이 너무 무거워서 빨리 뛰어내렸으면 했다.
앞 팀이 강하를 실시했을 때 강하자가 낙하산 산개낭이 걸려서 헬기에 매달린 채 강하를 실시하지 못하고 착지를 한 사례가 있어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지만 그러든가 말든가
그냥 빨리했으면 했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 헬기의 후방 진입로가 개방되었고 녹색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재빠르게 어두워지는 하늘 속으로 뛰어들었고
그렇게 작전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