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패배
낙하산이 펼쳐졌다. 착지와 동시에 필요한 전술 행동들을 되새기면서, 낙하산을 접어서 정리한 후 목표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날씨가 추워서 입김이 나왔지만, 추위를 느낄 새는 없었다. 사람들을 피해서 산속에 숨어있어야 했지만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서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우리를 찾지 못하도록 경계를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심신 양면으로 지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산속에 숨어 흔적을 남기게 될 경우 숨어있는 장소를 버리고 이동하는 것이었다. 짐도 많았고, 인적이 없는 곳을 다녔기 때문에 이동도 쉽지 않았다.
자리를 잡고 나면 수풀 진 곳이나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찾아서 몸을 숨기고 휴식을 취해야 했지만
누군가가 우리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아서 눈을 붙일 수도 없었다.
팀은 3개 조로 나누어서 이동을 했고 나는 우리 조장으로서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어깨가 많이 무거웠다.
숨고 이동하고를 몇 번을 반복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잠을 안 잔 지는 꼬박 3일이
지났다.
잠을 자지 못하니 모든 것들이 예민해졌고 헛것이 보이는 환시 증상이 나왔다.
나무 가지들이 총을 든 사람으로 보여서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것을 참는 일이 힘들었다.
지휘 조의 임무가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것이 나의
일이었지만,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니
간단한 일도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다.
지휘조 측에서 주요 임무가 끝이 나고 더 이상 경계를 할 필요가 없다는 무전이 들렸다.
긴장감이 풀렸고, 그 길로 정신을 잃었다.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언덕을 굴렀던
것 같은데 같은 조원들이 언덕 밑으로 굴렀던 나를 깨우러 왔던 것만 기억이 났다.
그렇게 작전은 종료되었다.
작전이 끝나고 동행 평가단들에 의한
사후평가가 이루어졌다.
작전 수행 과정 중에서 팀이 작전 지역으로 이동을 할 때 이동 방법에 대해서 크게 갈등이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
넓게 트인 개활지를 가로질러 가고자 하는 선임담당관에게 명백한 비전술적 행위임을 이야기하였으나, 본인이 동행 평가관과 이야기를 하겠다며 이 개활지를 전술적인 방법으로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개활지를 가로지르는 것에 대해서 묵인해 달라고 요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최고의 팀을 선발하는 대회에서 저런 편법이 통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동행 평가관과 이야기가 잘 됐다며
개활 지를 뛰어서 통과하는데,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임담당관은 우리가 개활지를 우회해서 가게 되면 작전 수행이고 뭐고 떠나서 산속에서 목숨이 위험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이는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며 나와 중대장을 설득했다.
지도를 보는데 왜 애초에 이런 개활지가 있는 쪽으로 온 건지 이해도 안 됐거니와, 침투라는 것 자체가 사람이 이동하기 어려운 길로 가야 하는 것은 숙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이런 침투로도 극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대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가볍게 흘려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결정은 어차피 중대장님의 몫이었다.
나는 개활지 이동이 비전술적 행위임을 마지막으로 고지하고서는 입을 다물었다.
결정권이 내게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개활지를 뛰어서 이동했고, 사후평가 과정에서 이 행위를 문제 삼아 크게 감점을 당했다.
이 감점은 우리 팀의 모든 잘한 점과
우수한 부분을 상쇄시켰고, 결국 우리는 탑 팀에 선발될 수가 없었다.
그때 사후평가 때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아직도 처참함과 허무함이 떠오른다.
패배라는 큰 두 글자를 짊어지고 부대로 복귀한 나는 부끄러움에 몸서리쳤다.
누구를 탓하기도 우스웠고, 결국 예정된 결과라고 생각했다.
차가웠던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냉랭해졌다.
부대 사람들은 고생했다며 우리를 격려했지만 팀원들 중 누구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 팀의 도전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겨울이 다가왔고 해가 바뀌어 전역의 해가 왔다.
탑팀 선발대회가 끝나고 나서부터는 군생활에 대한 의의가 사라져 버린 기분이었다.
크게는 혹한기 훈련만이 남아있는 상황이었고,
의욕을 불태울만한 일도 사라져 버려서 멍하게 지냈던 것 같다. 달력에 빨간 날을 손꼽아 기다리거나 휴가 나갈 생각 말고는 잘 안 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멋있게 군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처음의 뜻은 빛바랜 지 오래고, 부대사람들과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로 마음만 상처투성이가 되어 어중이떠중이가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귀찮고 그토록 갈망하고 원했던 군복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다.
회의감과 냉소주의의 연속
나는 형편없는 뱀의 꼬리 같은 사람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