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인생(43)

동상이

by 강도르


함께 가야 멀리 간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말은 적어도 나에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처음에 함께 공부하기로 했던 친구는 1주일에 얼굴 한번 보기 어려웠고, 나를 보고 내려왔던 후배는 그래도 나보다 먼저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서로 모두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공부를 마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고,


서로가 서로의 좋고 즐거운 모습만을 봐왔기 때문에, 서로가 좋은 사람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함께 공부를 하기로 했던 친구는 집안의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점점 말수를 잃어갔고, 급기야는 함께 사는 방의 계약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방을 빼버려서


둘이 함께하기 위해서 월세를 얻었던 비싼 방의 월세를 혼자 감당하게 되었다. 그러고는 잠수를 타버렸다.



7년 우정이라는 것이 어떠한 갈등이나 대화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끝나 버린 것이었다.


그 누구도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에 이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떠난 자는 말이 없을 뿐.




나와 함께 공부를 하기 위해 옆 동네에 방을 잡았던 후배는 상태가 더 심각했다.


나보다 먼저 공부를 시작했는데 왜 아직 합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한 행태의 장수생 그 자체였다. 목표를 이루기 위할 때까지 본인의 욕구를 자제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만, 평소 가깝게 지내왔던 사이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르고 달랬다. 아니 사실 다 큰 성인이 본인이 세운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걸 스스로 해내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 후배의 어머니가 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서 잘 부탁한다고 연락까지 했던 상황이라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었다.



공부를 안 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나태함을 그려놓은 듯한 몸뚱어리도 문제였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면 언제나 그에 걸맞은 핑계를 가져왔다. 육두문자가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내뱉지는 못했다. 시간이 지나니까 한 술 더 떠서, 같이 공부하는 본인 여자친구와 함께 내 눈치를 보면서 PC방으로 슬금 슬금 도망치기도 했다. 독서실의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운 것 같아서 전화를 하면 어김없이 PC방이었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가뜩이나 공부도 성실하게 하지 않았는데, 시험을 합격한다 해도 저런 나태한 몸뚱어리에 몹쓸 체력으로는 체력평가도 과락일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아침마다 운동을 시키기 위해서 연락을 했지만 일주일에 1번 운동을 하러 나오면 다행이었고, 그마저도 너무 힘들어해서 차마 눈뜨고는 봐줄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니 나만의 일들로도 충분히 버거운데 사기가 저하되기 시작했다.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들의 상태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고, 노력을 한다의 개념이 아니라, 노력을 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정도의 수준이라 뭐라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씩 그 후배에게는 쓰디쓴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후배에게는 해야 할 이유보다는 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분명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시작했던 사람들 아니었던가?





합리화의 끝



0에 0을 곱하는 것 같은 하루하루가 계속되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 7년 친구에 허무한 배신으로 인하여


정신이 피폐해지기 시작했다.하루 온종일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나서도 잠이 들 수가 없었다.


불면증이 찾아온 것이었다.



잠에 들지 못하는 시간은 너무나 괴로웠다. 분명히 몸과 정신이 파김치가 되었는데도 잠에 들 수 없었다.


나를 갑자기 버리고 방을 빼버린 친구의 배신이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후배의 한심한 행태와 모습들을 곱씹고 있었다.괴로웠다 뇌가 터져나갈 것 같은 고통에 잠이 들 수가 없었다. 몇 시간을 누워있다가, 잠에 들지 못하고 몸을 일으켜 세워 한숨을 연거푸 쉬었다. 이러다가는 정신이 무너질 것 같은 날들이 3일 이상 지속되었고, 공부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워 농구공을 들고 농구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코트에 울려 퍼지는 드리블 소리가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었다. 불쾌한 생각이 이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드리블을 하고, 홀로 림에 슛을 쏘아댔다. 밤에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해서 농구를 했더니 불면증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어찌 됐건, 이제는 본인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을 내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내 앞가림이나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던 때에 사건은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후배에게 쓴소리를 하면서 공부를 하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 때였다.



어느날, 그 후배의 여자친구는 본인의 남자친구가 나때문에 너무 힘들어한다면서 나에게 말했다.



선배는 왜 그렇게 강압적으로 선배 방식만 강요해요?


이게 무슨 소리지?


내 귀를 의심했다. 본인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는 하고 이야기를 하는 건가 싶었다.


강요한 적이 없었다. 강요를 했다면 함께 공부를 하고 있거나 매일같이 아침에 운동을 했겠지 매일 같이 늦잠을 자서 나 홀로 운동한 시간이 10중 8,9였고 그마저도 오전에는 본인들이 늦잠을 자느라 공부도 하지 않았다.


같이 하기로 했던 것은 언제나 혼자였다. PC방에서 밤새 게임을 하느라 아침 운동도, 독서실에 와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저 말은 내 말대로 꾸준히 성실하게 해왔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사 아닌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밑바닥을 본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합리화를 하더니 쟤네가 드디어 맛이 가버렸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때까지 그래도 나름 챙겨보려고 했던 내 마음이 우습기까지 했다. 그 길로 '그럼 이제부터는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라' 고 일갈한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더 이상 이 지방 동네에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방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긴 했지만, 여기에 있는 것이 나에게 완벽한 마이너스란 것을 깨닫고 나는 고향으로 가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머저리와 함께하다간 머저리가 된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 이 후배하고도 인연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기 생각도 내게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여자친구를 앞세워 이야기한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내가 본인에게 얼마나 큰 실망감을 느꼈는지는 가늠도 하지 못한 채 눈치 없이 계속 연락이 오곤 했다.



대답을 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잔정이 많은 성격에 모질게 내치지도 못했다.


그냥 열심히 해라는 말을 뒤로 한 채 나는 짐을 챙겨 방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나의 경찰시험 도전기는 두 명의 낙오자를 남기고 마음의 상처만을 남긴 채 얼룩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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