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인생 (51)

여행

by 강도르


복잡한 심경


시험을 치고 난 후, 굉장히 복잡한 생각에 빠졌다.


마지막 시험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도무지 내가 합격을 할지, 어떨지 감이 오지 않았다.


발표까지 1주일이 남았는데, 허무함과 두려움 그리고 기대감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이 반복된 채로 있었다.


좌불안석이라고 해야 하나,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니 무엇을 하던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머리를 비우기 위해서, 결과가 어떻건 간에 마음을 재정비할 방법을 생각해 보았고, 나는 그게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에게 해외여행을 제안했고, 친구들은 이를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좌충우돌, 친구들과의 첫 해외여행 시동이 걸렸다.



목적지는 일본 도쿄였다.





낯선 경험의 시도



친구들과의 교류는 오랜 시간 동안 있었지만, 여행을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가봐야 누군가의 집에서 모여서 술을 먹는 게 고작이었고,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탓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


여행을 가서 싸우지는 않을지, 처음 나가보는 자유여행에 실수는 없을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여행을 가기 전부터 여러 가지 준비를 많이 했었다.


총대를 메고 적극적으로 계획을 한건 제안자인 나였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래도 비교적 수월하게 준비가 되었다. 숙소 문제도 생각보다 간편하게 준비가 되었고, 도쿄에 가서 이동해야 하는 방법이라던가, 언어의 소통이 안될 때를 대비한 여러 가지 단어 연습들, 출국심사와 입국심사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험 결과 같은 근심은 이미 온데간데없고, 무사히 잘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중요했다.



친구들에게도 국제선 탑승 시 주의 사항 등을 공유를 하며, 차근차근 숙지해야 할 것들을 숙지해 가면서, 출발 전날 밤이 되었다. 친구들도 당연히 여행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묘한 긴장감이 있었지만, 이런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는지 친구 한 명이 말을 했다.



"성인 남성 4명이 모여있다. 어떻게든 되겠지"



딱히 부정할 말은 아니지만, 누군가에 손에 이끌려 다니기 바빴던 나였는 터라,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있어서인가 출발 전날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배탈까지 나고,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공항으로 가게 되었다.






도쿄 여행



국제선을 타기 위한 여러 가지 수칙들이 있었지만, 꼼꼼히 체크를 했기도 하고, 문제 될 것 없다 생각하고


친구들과 여권과 비행기 탑승권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하물에서 터졌다.


우리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한 말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던 친구의 수하물에서 500ml가 넘는 샴푸 통이 나온 것이었다. 다행히 수하물을 붙이기 전이라, 우리가 그 친구에게 눈으로 심한 욕을 하면서, 투덜댔지만 그래도 다행히 큰 싸움이 되지는 않았고, 적당히 핀잔을 주면서 비행기를 타는 것에 성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항기 보다, 군항기를 먼저 탔던 터라, 이륙할 때의 충격에 대비하며 묘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걱정한 것과 다르게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은 너무나 깔끔했고, 편안했다.


내가 너무 거친 비행기를 탔던 것이구나라고 깨달았다. 창문 밖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하늘이 펼쳐져 있는 것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낙하산 위에서 순식간에 떨어지는 하늘과는 사뭇 다른 아름다움이 펼쳐져 있었다.


한숨도 자지 못한, 배탈로 인한 피곤함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경험하니 가슴속에 충만감이 흘러나왔다.



나리타 공항으로 내려서 입국심사까지 마무리하고, 나리타에서 도쿄 시내까지 들어가는 버스를 타며 밖에 보이는


낯선 광경들을 만끽했다.


아기자기한 집들과 아파트 복도에 널려진 이불들이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불규칙한 건물들 속에 존재하는 묘한 통일감이 굉장히 낯선 느낌을 준 탓인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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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물의 도시였다.


어딜 가나 물이 있었고, 그 속에 자연스럽게 도시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여행이 순탄했다고만 은 말할 수 없었지만, 즐거움 그 자체였다. 너무나 낯선 공간에서도 우리는 똑같은 방식으로 서로를 대했고, 똑같이 부딪히고 똑같이 화해했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오래 지속된 것도 똑같은 이유였던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과하게 기대하지 않고, 나쁜 게 있으면 빠르게 질타하고, 그냥 인간의 희로애락이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 속에서 너무 짠맛의 도쿄 음식들을 나무라며 허탈하게 웃었고, 생각보다 비슷한 광경과, 낯선 광경을 서로가 서로의 방식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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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싸우는 일 없이, 친구들과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왔고, 풍족한 마음과 들뜬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내가 최종 합격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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