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시험에 최종 합격까지는 사실 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필기시험이 안정권이 아니었던 탓도 있었고,체력검정 때 배탈이 났던 것도 있었다.
이 모든 악순환을 끊어낼 것은 오로지 면접밖에 없었다.
면접을 대비하자고 하면 나를 한껏 부풀려야 했다.
무엇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 모르니 막막한 마음이 가득한 것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하지만, 본질은 완성된 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에 놓여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 해에 이슈가 되었던 것들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는 정도로 준비를 하고,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더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정리를 했다.
면접장의 장소는 생각보다 냉랭했다.
저마다 긴장감 속에서 사색이 된 얼굴로 대기하기 있었다.
추운 겨울이 다가와서 그랬는지 유독 더 추위가 강하게 느껴졌다.
면접은 단체 면접과 단독 면접으로 나누어봤다.
단체면접에서는 면접자들이 여럿이서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고, 단독 면접은 여러 명의 면접관으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는 형식이었다.
면접을 보면서 긴장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면접관들에게 풀이 죽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텐션을 올렸다.
면접관들에게 좋은 텐션으로 주목을 받았고 나를 어필하기 위한 좋은 스토리텔링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심취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의도가 있는 질문을 받았지만 가감 없이 대답을 했다.
그때 당시 압박면접이라는 것이 유행을 해서 약점을 찌르고 들어왔을 때 반응을 보는 것이었는데, 변명을 하기보다는 수용하고 앞으로 약점을 어떻게 다룰지 말을 하였고, 그렇게 하니 꼬리물기식 압박면접을 보거나 하진 않았다.
면접을 다 본 후에는 스스로도 너무 잘 본 것 같아서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최종 합격을 했을 때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미 앞서, 군 생활을 하면서 공무원의 생활이 어떤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달갑지는 않았다.
얼마나 딱딱한 인간관계가 시작될까?
갑갑한 시스템 속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이 나를 좀먹었다.
쉬는 날에도 쉴 새 없이 오는 전화들, 쉬는 날을 방해받을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 잘못을 서로 떠넘겨 믿지 못하는 그런 분위기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한껏 무거워졌다.
오히려 그저 공부를 하던 때가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지만, 그런 여유를 주지 않았다.
당장 중앙경찰학교로 입교하라는 연락이 왔을 뿐.
생활주변을 정리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어느새 차가운 충주로 출발하게 되었다.
앞으로 글을 쓸 때는 가급적 경찰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는 자제할 생각이다.
경찰생활은 사람의 어두운 부분을 겪어서 심신을 지치게 하는 이야기들 뿐이기 때문에 좋은 이야기가 많이 없다.
밝은 부분과 어떤 상황을 겪으면서 내가 삶을 마주하게 된 태도의 변화나 심경 변화를 위주로 글을 쓰고자 한다.
자극적이고, 화제성을 가질 수는 있게지만 그런 식으로 내가 쓴 글이 눈에 띄거나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저 누군가가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나 같은 사람도 있구나, 이런 마음을 가졌구나 정도가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의 삶은 급류를 타고 변화했다. 평생직장이라 할만한 곳이 생겼고, 그곳에서 겪는 일들은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진행될 일이기도 하고, 나와 경찰생활을 떼어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겠지만 인간 중심의 글을 쓸 생각이다.
그 시작인 중앙경찰학교에서의 생활도 간단하게 다루겠지만, 모든 것은 내 주관에 의한 서술이고, 그것이 전부인 것도 아니다.
어찌 됐건 차가운 겨울 속에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