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인생(55)

바보와 멍청이

by 강도르

처음


살면서 겪었던 처음은 유쾌했던 적이 없었다.

처음 군복을 입었을 때, 후보생이 되었을 때, 임관했을 때, 입직했을 때를 떠올려봐도 유쾌했던 기억은 없다.

처음 입직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알지 못하는 환경, 복잡한 상황 기댈 곳은 없는 지뢰밭 속에서 내려준 동아줄 멘토.

회사에 처음 입직했을 때 우리 회사에서는 처음인 우리를 위해 멘토, 멘티 제도를 운용했다.

나의 멘토는 굉장히 특이한 인상이었다.

나이보다는 조금 더 구수한 목소리, 점잖음 뒤에 알 수 없이 느껴지는 경박함과 촌스러움이 묘하게 자극적인 사람이었다.

회사의 관리반에서는 멘토가 굉장히 엄격하지만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금 인내하라는 말을 들었다.

느닷없이 군대를 어디 나왔나라고 물어보지를 않나 묘하게 위기감을 형성하는 분위기를 그때는 그저 의아함에서 끝나고 말았다.

처음 입직을 했을 때는 이제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며 약간의 기쁨과 의욕이 샘솟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신입이라는 약자.


제복을 입고 사람들 앞에 섰을 때는 사람들에게 나는 신입이 아니었다.

그저 경찰관 중 한 명이었을 뿐이었고, 이를 어디 표시를 해주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숙련된 사람처럼 행동을 하곤 했지만, 멘토는 나에게 말했다.

모르면서 나대지 마라

일단 배워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디 건방지게 경찰 행세냐며 핀잔을 주었다.

무안하기도 했지만 부딪혀가며 배우는 스타일인 나에게는 어려운 지시였다.

수첩을 꺼내들고 이것저것 적어보았지만, 곧장 불호령이 날아들었다.

보지도 않을 것을 뭘 그리 열심히 적냐며, 일단 보기나 열심히 하라며 사사건건 지적을 많이 당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하면 신고내용을 미루어 성립하는 범죄를 질문하였고 이를 답변하지 못하면 공부를 좀 하라며 비아냥 거리는 핀잔이 날아왔다.

처음에는 그저 나에게 가르쳐 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가?라며 날아오는 질문들에 성실히 대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일관성이 없는 질문과 지시사항으로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고, 말투는 마치 나를 경멸하는 듯한 느낌과 하대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묘한 스트레스가 지속됐다.

그럼에도 굉장히 이곳저곳 많이 다니면서 탐문과 순찰을 반복해서 했기 때문에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아 묘한 충족감도 있었지만, 수시로 날아드는 질문과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듯한 취급에 퇴근을 할 때면 긴장감 속에서 해방됨과 동시에 녹초가 되어 쓰러지곤 했었다.

실습이라는 이름의 업무가 반복되면서, 멘토가 나를 대하는 태도와 같은 팀의 다른 선배들을 대하는 태도의 온도에서 미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멘토는 나를 향해서는 감정을 쏟아부은 듯한 어조였기 때문에 원래 그런 성격인가 했지만, 선배들을 대할 때는 묘하게 거리를 두거나 친절하게 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나를 가르쳐 주려다 보니 감정적으로 많이 격양이 되었다고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저 내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저 막대해도 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번은 멘토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처음에는 굉장히 똑똑해서 참 기대가 됐는데, 왜 갈수록 그렇게 멍청해 보이냐?


가르치는 맛이 났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다며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냥 내가 부족해서 그렇구나 하며 속이 많이 상했었다.

한번은 멘토가 갑자기 그렇게 던진 말에 뭔가 푹푹 찔리는 느낌도 받았었다.

너는 정말로 게으른 것 같다.
처음 입직해서 너처럼 하는 동기들이 있는지 둘러봐라


내가 너무 게으르게 행동했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멘토는 내가 무언가를 하려면 즉각 제지를 하거나 욕을 하거나 사사건건 통제를 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하기가 힘들었다.

기분이라도 안 좋은 날에는 옷에서 나는 섬유 유연제 향이 좋지 않다며 나무라기도 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멘토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도 사라졌거니와 슬슬 가르쳐 주는 게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약 두 달 가까이 근무 때마다 붙어 다닌 결과
이 사람은 그냥 내가 신입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실습이 끝나고 정식 임용이 되어 다시 출근을 했을 때는 멘토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항상 2인 1조로 일을 해야 하는 특성상 신입과 함께 일을 하면 업무의 부담감이 가중되는데,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었다.

친절함이라던가 배려와는 거리가 멀었고, 후배를 아낀다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나약한 신입이 걸리적거려서 싫었고, 이를 가감 없이 내게 표현한 것일 뿐이었다.

사실상 업무를 배운 것은 없었고, 감정의 쓰레기통이 됐던 것이었다.

하지만, 일에 대한 욕심은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업무를 배워야만 했다.
업무를 배우기 위해 다른 선배에게 물어보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뭘 배우냐며 핀잔을 주어 무안하게 만들었고, 혼자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으면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혀를 찼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함이 밀려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드는 불호령보다도, 일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팀에서 짐덩이가 되는 것이 더욱 싫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멘토는 팀장님께 나와는 더 이상같이 일을 못하겠다며, 선배들 중에 가장 업무에 능숙한 사람과 짝을 지어 다녔고, 나는 겨우 다른 선배들과 다니면서 업무를 배울 수가 있었다.


멍청한 신입



다른 선배들과 업무를 해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2달간 실질적으로 배워야 하는 업무를 정확하게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업무 진행이 순조롭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업무는 필수적으로 운전을 잘해야만 하는데, 장롱면허에다 차량을 가지고 있지 않아 운전 기회가 적었던 나에게는 운전이라는 난코스는 극복하기 힘들었다.

퇴근을 하고, 렌터카를 빌려서 새벽에 운전연습을 하긴 했지만 좀처럼 능숙하게 운전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업무를 배우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팀 내에서 오가며 마주친 멘토는 나를 볼 때마다

자기를 벗어나서 아주 살판이 났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비아냥에 일일이 반응할 여유도 없었다.

처음이라 낯설고 어려운 일들을 이해도 하지 못한 채로 그저 눈치로만 업무를 배웠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난코스였다.

다른 동기들은 이렇게까지 힘들어 보이지 않는데 나만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생활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정말 바보가 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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