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인생(59)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by 강도르


낯선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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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살게 되면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기분 나쁜 일이 생겼을 때는 곧잘 이것을 되새김질한다는 것이었다.


퇴근을 하고 나서, 조용한 방에 들어왔을 때는 생각보다 여유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아니 좋게 말해서 여유지, 그냥 할 짓이 없는 것인데, 쓸데없는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 쉽게 갇히기 마련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 있을 때 혼자서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좋지 않은 방법이다.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서 나만의 입장만을 곱씹는다면 타인은 한없이 악인이 되곤 한다.



그래서 이런 혼자만의 시간은 사람을 갉아먹기 아주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었다.



이런 나쁜 환경을 환기시키는 것에는 여행만큼 좋은 일이 없었다.



여행을 갔을 때는 과거를 곱씹는 것보다는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나 낯선 곳을 방문하는 것은 뇌를 환기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었다.






혼자 하는 여행



특별한 계획이 없이 훌쩍 떠난 여행은 새로운 생각으로 가득 채우게 되었다.

낯선 장소에서 홀로 서있는 내 모습을 마주했을 때는 의외로 고독함보다는 지금을 살아가는 느낌에 집중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겪게 되었다.

단순히 식사를 할 때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거나,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는 행동은 없이 온전히 눈앞에 차려진 밥상을 보고, 온전히 밥을 먹는 데에 시간을 집중할 수 있었다.

어떨 때는 먹기에만 급급해서 거들떠보지 않았던 자잘스러운 반찬들도 오히려 맛있게 느껴지고, 먹는 행위 자체에 집중을 하게 되니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그때도 때마침, 혼밥이 유행하던 탓이었을까 덕분에 여행지 곳곳에 혼자서 먹어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들도 많아서 더욱 각별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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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누군가와 이런 특별한 느낌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혼자서 걷는 거리도 특별하게 느껴졌고, 여행을 한다는 진정한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열심히 걷고, 힘들면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청하고, 원 없이 자고 다시 일어나서 밖으로 다녔다.

조명이 밝은 탓에 한밤중에도 시끌벅적한 낯선 곳에서는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도 없었다.

온전히 이 거리를 즐길 일 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든 감각들이 새로운 느낌에 온몸을 흔들며 진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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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는, 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을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포차 같은 곳에 들어가서, 낯선 외국어로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나라는 사람을 지워가듯 행동하기도 했다.

큰소리로 웃는다거나, 뜬금없는 질문도 해보고, 그런 질문과 말들을 하고 싶어 숙소에서 열심히 언어 공부도 하곤 했었다.


색다른 즐거움에 마음이 풍족해졌다.


과거를 보기만 하다가, 이런 좋은 경험을 더 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니 미래를 보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삶을,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갈망도 생겨서, 삶의 의지에 윤활유 같은 경험이 되었다.


그때 생각했다.


남이 원하는,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며 억압되어 있던 나를 낯선 곳에서 해방된 나를 만나고 보니,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억압하면서 살았는지, 얼마나 남의 시선에 열과 성을 다하며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열심히 해보자, 멋있어 보이고, 남에게 보이는 것이 아닌 내가 정말 원하던 것을 해보자는 의지가 생겨났다.







마음으로 움직이기


마음이 원하는 곳을 가고자 하니, 마음이 갈망하는 스포츠에 열과 성을 다하게 됐다.


그중 하나가 검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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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를 배우고 싶었던 마음만 있었는데, 직장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자존감을 잃는 상황이 많다 보니 흐지부지 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행 덕분에 충만감이 생기니 다시 한번 검도에 불이 붙게 되었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도장사람들에게 깨져가며 배우는 그 과정자체가 즐거웠다.

뭔가 잘하고 싶어지고, 의지가 생기고 사람들과의 소통도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도복이 다 젖을 정도로 열심히 하다 보면, 직장에서의 내 못난 모습들도 날려버리는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하나씩 나를 찾기 시작했다.

뜨거웠던 열정을 가졌던 모습도, 활발하게 사람들과 웃으며 지내는 내 모습들도 하나씩 되찾게 되었다.

과거가 어찌 됐건, 한번 꺼져버린 열정에 불이 붙어서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활력이 돌아오니 여러 가지 특별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나이가 30을 바라보고 있으니 여기저기에서 여자를 만나보라며 소개팅이 들어온 것이었다.

첫 연애에서 엄청나게 박살 난 탓에 움츠려 들었지만 그래도 나의 새로운 모습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박살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 한번 '연애'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엄청 험난한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과거의 나로서는 한 치의 앞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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