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된다는 것
혼자서 산다는 것은 나에게 광활한 자유와 같았다.
방을 아기자기하게 꾸민다거나, 친한 친구들을 불러 모아 논다거나 여러 가지 즐거운 상상은 가득했다.
직업이 생기고, 처음 방을 구한 곳은 옥탑방이었다.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자잘한 낭만을 꿈꾸었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옥상 속에 낭만은 존재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집을 떠나 혼자서 산 시간이 많았지만, 온전히 혼자서 살게 된 것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았다. 교대 근무로 인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규칙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화분도 키우고, 방을 꾸며가며 살았던 기억이 있다.
시작이 순탄하지 않았던 탓일까?
내가 기억하는 나만의 공간은 굉장히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하루하루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힘들었다.
퇴근을 해서 집으로 들어올 때는, 녹초가 되어 들어왔고, 들어와서 쉬는 날에도 청소만 하기 바빴던 것 같다.
정돈된 삶을 살고 싶었지만 쉽지가 않았다.
빨래를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반 정도 써버리는 느낌, 집을 떠난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혼자서 살아가는 것들 중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퇴근을 해서 들어왔을 때 온기가 없이 차갑게 식어버린 방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혼자서는 밥을 먹어도 맛이 없었고, 영화를 봐도 따분하기만 했다. 이런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래를 틀어놓고 살았지만, 흥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교류가 없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이런 공허함이 반복되다 보니 밖으로 돌기 시작했다. 공허함과 쓸쓸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을 자주 만나러 다녔던 것 같다.
친밀감이 없는 사람이라도 만나서 친밀감을 채우는 일들을 많이 했다.
딱히 누군가를 만나서 즐거웠던 것보다는 그냥 내가 있는 공간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시끌벅적한 대화소리, 웃음소리, 신이 난 듯한 소리가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런 게 필요했던 시점이었고, 그것이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무의미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그저 소비하기에는 내 젊음이 아까웠다.
비어있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가장 좋은 것은 달리기였다.
달리기는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특히나, 살고 있던 동네에는 서울대가 있었기 때문에 특히 뛰기가 좋았다, 가파른 언덕들이 나를 시험하게 했고, 오랜 시간 동안 달리면서 많은 사색을 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지만, 딱히 의미 있는 고민은 없었다. 다만, 뛰고 나서 생기는 충만감이 만족스러웠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그저 달리는 것과 달린 후에 샤워를 하고 누워있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힐링이었다.
몸에 있는 근육들이 나로 하여금 움직이도록 독촉했다. 더 활발하게, 더 역동적으로 살도록 부추겼다.
하지만, 뜨겁게 달구어져도 식어버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히나 무서웠던 것은, 교대 근무로 무너진 생활리듬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였다. 멍하게 바라보는 천장이 싫었고, 오늘 하루 좋지 않았던 일들을 되새김질하게 만들어서 너무 싫었다. 사람을 차갑게 만들고 싸늘하게 만드는 그 시간이 너무나 싫었다.
혼자서 산다는 것은 그런 일이었다.
집안에 활기가 없어서 보지도 않는 TV를 구입했다.
큰 화면에 웃음소리가 넘치는 시트콤을 집중해서 보지도 않으면서 틀어놓기도 했다.
듣는 사람도 없지만 혼자서 흥을 내기 위해서 '오늘은 뭘 먹어야 하나'같은 소리를 입 밖으로 내기도 했다.
타지에 홀로 와서 산다는 것은 정말 고독한 일이었다.
먹을 요리를 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 장을 볼 때조차 고독했다. 의견 교환도 필요 없고, 그저 가격표만 확인한 채 장바구니에 집어넣는 무미건조한 동작들, 예의만 지키는 정도의 가벼운 목례 그런 행위들의 반복이었다.
휴대전화는 울리지 않았고, 울린다고 한들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울리지 않기를 바라는 일들이 이더 많았다.
그 시절에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쓸데없이 고독함을 만끽한 느낌이 든다.
직업이 생기고 독립을 하면,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콘솔 게임도 즐기고, 취미생활도 다양하게 하려고 했지만,
막상 활기가 생기지 않아 무언가를 하기가 힘들었던 기억만 한가득이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쉽지 않았다.
고독한 나에게는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했고, 그런 특별한 이벤트를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