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신 없는 질문.
오늘은 누구에게 도움이 되었어?
글쎄, 요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무엇을 한다면, 식물들에게 바람을 쐬 주는 일 정도가 아닐까. 동료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일은, 괜한 부담이 될까 봐 스킵하던 게 습관이 돼 어색해져 버렸다. 나이와 직급 때문에라도 반가운 인사가 부담이 될지 모른다는 조심스러움의 ‘선의’였으나, 점점 닫힌 자세로써 날 가두는 것도 같다.
두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하는 나이란 것은 고약스럽다. 스무 살의 감정들,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것만 같아 조급하고, 이룰 수 없는 꿈만 가득 진 마음이 그대로인데. 이 그대로를 드러내기가 어쩐지 부끄럽고 잡스러워서 조용해지는 지금의 나란 사람이 낯설다. 입 다무니 초라하고 끝일까 두렵고 뭐든 해야지 싶어 대책 없이 초조하다. 이 모든 플로우는 얕은 잠에 빠진 채 다시 아침을 맞는 뇌의 게으른 장난으로 반복된다.
뇌의 장난에 이끌리길 멈추고 기록하다 보면 우선 나부터 돕게 되지 않을까. 매일 하나의 점, 그것을 기록하려 한다. 상실과 공허뿐이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