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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Jun 25. 2020

'북극 양동이'에 물 가득 찼다

[기후변화 WITH YOU] 한 방울의 물만 떨어지면…


“예측 불가능 북극” 

‘북극 티핑 포인트’ 시작됐다     

미국 알래스카 지역의 얼음 아래로 메탄이 솟아오르고 있다.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이 메탄은 대기로 흘러든다. [사진=Katey Walter Anthony]

북극의 변화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부터 북극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는 여러 차례 지적됐다. 1979년부터 북극 바다 얼음 등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기후변화로 가장 예측 불가능한 지역이 북극”이라며 “북극은 지구 가열화가 다른 지역보다 2~3배 빠르고 매우 속도가 높은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극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s)’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티핑 포인트는 조금씩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상황이 천천히 진행되면서 한순간 그 한계선을 넘는 것을 말한다. 양동이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은 아주 천천히 차오른다. 가득 찰 때까지는 그 흐름을 읽을 수 없다. 양동이에 가득 찼을 때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면 흘러넘쳐 버린다. 이처럼 북극도 천천히 그동안 기후변화가 진행됐고 한순간 급격한 변화가 몰려올 것이란 경고 메시지이다. 

NASA 측은 “북극 티핑 포인트의 징후는 알래스카 지역 영구 동토층 붕괴, 해양의 산성화 등에서 예고하고 있다”며 “북극의 바다 얼음이 줄어들고 그린란드 대륙 빙하가 녹으면서 ‘티핑 포인트’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왈리드 아브달라티(Waleed Abdalati) 콜로라도대 지구과학관측센터 소장은 “그린란드는 약 81%가 북극권에 속해 있다”며 “최근 그린란드 얼음 녹는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그린란드 대륙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 전체 해수면이 약 7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해안에 사는 시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실제 지구촌 인구 10명 중 1명 정도(약 6억 명)는 해안에 거주하고 있다. 지구촌의 큰 도시의 3분의 2가 낮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이들 도시와 시민들은 이주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 중 신종 감염병도 예외는 아니다. 스콧 도니(Scott Doney) 우즈홀 해양학과 기후변화 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Ocean and Climate Change Institute) 박사는 “기온이 오르면 바다 온도가 오를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전염병도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러시아에서는 빙하에 갇혀 있던 탄저균이 빙하가 녹으면서 노출돼 그곳에 사는 이들이 감염된 적도 있다. 수십만 년 동안 빙하에 잠들어 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얼음이 녹으면서 노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는 동면하다가 녹으면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인류는 이 틈을 이용해 개발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구 가열화에 따라 그린란드가 녹자 자원개발 등으로 그린란드를 통째로 구입하겠다는 의견도 내놓은 바 있다. 그린란드가 녹으면 그곳에 매장돼 있는 자원을 개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영구 동토층 붕괴는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북극이 섭씨 38도를 기록했다"

영구 동토층 녹으면서 여러 ‘기후 재앙’ 이어질 듯    

 

아프리카가 아니다. 북극이다. 지난 6월 20일 비공식적으로 시베리아에서 기온이 섭씨 38도를 기록했다. [자료=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WMO]

북극권이 지구 가열화(Heating)로 무너지고 있다. 북극권 온도가 섭씨 38도를 기록했다. 그동안 관측 사상 가장 높았던 1988년의 기록이 깨졌다. 시베리아는 올해 5월 기온이 그동안 평균기온보다 무려 10도 이상 치솟는 ‘고온 현상’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영구 동토층이 녹아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동시베리아 등 북극권 북부의 고온 현상은 지구 가열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시베리아 지역의 강에 있던 얼음이 일찍 녹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6월 23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WMO 측은 “시베리아의 베르호얀스크 지역에서 지난 6월 20일 측정한 온도가 비공식적으로 섭씨 38도를 기록했다”며 “베르호얀스크는 동시베리아에 있는 곳으로 올해 폭염이 이어졌고 산불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르호얀스크는 사하공화국 북쪽에 있다. 매우 척박한 환경이 지배하는 동시베리아 지역이다.

베르호얀스크 기상청은 그동안 최고 기온으로 1988년 6월 25일의 37.3도라고 발표했다. 올해 38도를 기록하면서 이 기록은 깨졌다. 체르베니(Cerveny) 애리조나주립대 지리과학 교수는 “시베리아는 올해 특이하게 더운 봄이 찾아왔다”며 “여기에 눈도 적게 내려 이 지역에 극심한 온도 관측이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북극은 전 세계적으로 지구 가열화가 가장 빠른 지역이다.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그 증가속도가 2배 정도 높다. 지난 4년 동안(2016~20129년)의 북극(북위 60~85도) 평균기온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북극의 2019년 9월 바다 얼음(해빙)은 1979~2019년과 비교했을 때 약 50% 이상 줄었다. 절반 정도가 지구 가열화로 일찍 녹아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북극의 ‘피드백(feedback)’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지구 가열화로 얼음이 일찍 녹고 바닷물이 많아진다. 바닷물은 빛을 반사하는 얼음과 달리 빛을 흡수한다. 바닷물이 열을 흡수하면서 얼음은 더 빨리, 더 많이 녹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특히 올해 시베리아 지역이 심상치 않다. WMO 측은 “시베리아의 올해 5월 기온은 그동안 평균기온보다 10도 이상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비단 5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시베리아 지역은 지난 겨울과 봄에 평균기온을 넘는 온도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고온 현상이 계속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겨울과 봄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시베리아 강의 얼음을 일찍 녹은 것을 지목했다.

유럽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측은 “지구 전체가 가열화로 기온이 오르고 있다”며 “다만 특정 지역의 경우 그 속도가 매우 빠른데 시베리아의 경우 기온 상승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는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 현상이 8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북극 기후 포럼(Arctic Climate Forum)은 올해 6~8월 북극 대부분 지역에서 기온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북극 기후 포럼 측은 “기온은 상승하고 강수량은 줄어들면서 8월까지 시베리아 지역에서 잦은 산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 영국 동토층이 녹아내리고 해안 침식도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기후 재앙’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기름유출 사고에서부터 북극곰, 순록 등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도 방출될 것으로 우려했다. 오랫동안 버팀목이 돼 주던 북극권 시스템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이다.     


북극기후포럼

2020년 6~8월 북극 높은 기온 보일 것으로 예상     

북극 기후포럼 측은 올해 6~8월 북극에 고온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북극 기후포럼]

“뭐, 얼음 하나 사라진다고 큰 영향 있겠어?”     

북극에 큰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올해 북극의 6~8월 사이 평균기온이 매우 높을 것으로 진단돼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북극은 생태계를 보호하고 기후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지구를 식히고, 북극곰 등 멸종위기종들이 살아가고 있는 터전이다. 북극 온도가 최근 급상승하면서 ‘북극 비극’이 시작되고 있다. 온도가 상승해 얼음이 빨리 녹고 있다. 여기에 전체 얼음의 양도 급격히 줄고 있다.

“북극 얼음이 사라지면 지구 가열화는 더 빨라질 것이다. 여기에 북극곰 등 생태계가 파괴돼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신종 감염병 위험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극 비극’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북극기후포럼(Arctic Climate Forum)은 16일(현지 시각) 올해 북극 여름 온도 전망치를 내놓았다. 북극기후포럼은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미국 등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북극기후포럼은 관련 전망치를 통해 “북극은 지구촌 평균기온 상승보다 2배 이상 더 빨리 지구 가열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6~8월 북극 기온은 그동안의 평균기온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련 포럼은 지난 5월 27~28일 열렸다. 각국 기상청 관계자를 비롯해 해운업계, 정책 결정자들이 참석했다. 북극기후포럼은 기온, 강수, 바다 얼음 등에 대한 기후 정보를 분석, 제공한다. 2019/2020년 겨울과 봄 시기뿐 아니라 2020년 북극 여름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분석 보고서에서 유라시아와 북극해의 지표면 공기 온도가 평균 이상을 보이면서 2019~2020년 겨울 북극 바다 얼음 규모 축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진단됐다. 이런 현상은 2020년에도 계속 이어져 2020년 북극의 여름은 매우 작은 규모의 바다 얼음이 분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6~8월 북극 기온은 서반구 쪽에서는 평균기온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반구는 평균온도를 웃돌면서 특히 시베리아는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온도를 경험할 것으로 예측됐다. 북극 대부분 지역이 평균기온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수량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북극기후포럼 측은 “북극의 주요 지역에서 평균 이상의 강수량이 기대된다”며 “알래스카, 추크치해, 동시베리아, 북캐나다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북극은 매년 3월 바다 얼음이 가장 큰 분포로 형성된다. 다만 2020년 3월 북극의 바다 얼음은 1979년 이후 같은 기간 11번째로 작은 규모를 보였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봄이 일찍 찾아온 까닭이다.

지난 4년 동안(2016~2019년) 북극(북위 60~85도)은 기록상 가장 높은 온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바다 얼음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북극은 매년 9월 바다 얼음이 최소 규모를 보인다. 녹는 시즌이 끝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북극기후포럼이 분석한 결과 2019년 9월 북극의 바다 얼음은 1979~2019년 평균 규모보다 무려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월 평균 북극 바다 얼음이 ‘100’이었다면 지난해 9월 바다 얼음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북극의 변화는 인류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예측하고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가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극 비극’을 방어하지 못하면 인류에게 치명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알래스카 지역의 영구 동토층이 녹고 있다. 빙하에 잠들어 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노출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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