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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Dec 29. 2018

"남극 펭귄! 잘 지내고 있니?"

[기후변화 WITH YOU]NASA, 펭귄 배설물 통해 미래 변화 연구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 남극 펭귄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황제 펭귄 한 쌍이 해빙 위를 걷고 있다. 


남극의 대표적 아이콘은 펭귄입니다. 황제(Emperor), 아델리(Adelie) 펭귄 등이 남극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변화로 펭귄 개체 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줄어들고 특정 지역에서는 개체수가 늘어나는 곳도 있습니다. 관련 연구팀들은 공통적으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 남극 펭귄 개체 수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6년 11월 남극을 취재했을 때 황제 펭귄이 살고 있는 케이프 워싱턴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콜로니(황제 펭귄 집단 서식지)에는 황제펭귄 배설물로 가득했습니다. 배설물의 색깔은 짙은 녹색. 당시 정호성 극지연구소 박사는 "황제펭귄의 주요 먹이는 크릴새우"라며 "크릴새우를 먹은 뒤 배설물을 보면 분홍빛"이라고 말했습니다. 짙은 녹색의 배설물은 남극은어 치어 등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치어와 갑각류 등을 먹으면 배설물 색깔이 녹색으로 나타납니다. 크릴새우가 해빙이 녹으면서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최근 이 같은 펭귄의 배설물을 이용해 펭귄의 변화를 알아보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펭귄의 구아노(Guano, 조류·박쥐·물범류 등의 잔해와 배설물이 퇴적된 것)를 연구한 것으로 아델리 펭귄 생태에 대한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위성을 이용해 펭귄의 구아노를 연구한 결과, 미래 아델리 펭귄 개체 변화에 대한 하나의 잣대를 찾아냈습니다.   


남극 아델리 펭귄이 바다에서 뭍으로 뛰어오르고 있다.[사진제공=극지연구소]

아델리 펭귄은 남극의 특정지역에서 최근 눈에 띄게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바다 환경 변화와 먹이 가용성에 대한 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이 있는지를 규명해야 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원한 스토니 브룩 대학 연구팀은 남극의 기후변화에 따라 아델리 펭귄의 먹이 활동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스토니 브룩 대학 헤더 린치(Heather Lynch) 교수는 지난 몇 년 동안 위성 데이터를 이용해 관련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펭귄의 분포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인공위성 데이터는 펭귄 한 마리 한 마리를 개별적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배설물인 구아노가 얼음 위에 남아있는 얼룩에 의해 그 존재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린치 박사는 "수컷과 암컷 펭귄이 번식해 둥지를 키운다"며 "그 과정에서 남겨진 구아노는 둥지에 쌓이기 마련이고 이를 통해 펭귄 개체수를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린치 교수 연구팀은 랜드샛(Landsat) 위성의 펭귄 구아노 이미지를 통해 아델리 펭귄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또 식단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지구물리학회(American Geophysical Union) 연례 회의에서 발표됐습니다. 우주에서 펭귄 먹이와 그 변화를 알아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였습니다.  

이 같은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랜드샛 위성이 펭귄 구아노 색깔을 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린치 박사는 "펭귄 구아노는 흰색에서 분홍, 암적색까지 다양하다"며 "흰색은 물고기를 먹었을 때, 분홍과 붉은 색은 크릴새우를 먹었을 때 나타나는 배설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위성이 파악한 구아노 스펙트럼을 지상에서 채취한 샘플과 화학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린치 교수는 "위성 데이터와 지상 샘플 사이의 스펙트럼을 비교한 결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아델리 펭귄의 식단에 변화가 있었음을 알아냈습니다. 스토니 브룩대학 연구팀은 "남극 지역은 기후변화 등으로 물리적 환경이 변하면서 크릴새우 개체 수도 영향을 받는다"며 "이런 변화는 궁극적으로 펭귄 먹이에 변화를 가져와 개체 수는 물론 앞으로 아델리 펭귄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황제펭귄 앞에 보이는 배설물 색이 녹색이다. 치어 등을 먹었을 때는 녹색, 크릴새우를 먹으면 분홍빛 배설물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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