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종오 Dec 25. 2018

"핀란드, 에너지 넘치는 그곳!"

[그린란드를 읽다] 기후변화 현장으로 가기 앞서

12월14일 저녁. 핀란드 헬싱키 중앙역 풍경.


지난 12월14일 오후 3시30분. 핀란드 수도 헬싱키(Helsingfors) 중앙역. 중심가이자 다운타운이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 취재를 위해 그린란드 누크(Nuuk)로 가는 중간 경유지이다. 헬싱키 공항에 도착해 기차를 타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핀란드의 12월은 오전 9시30분쯤 해가 뜬다. 오후 3시30분쯤  해가 진다. 밤이 길다. 해 뜬 시간에도 조금 어둡다. 기차 칸에 앉은 핀란드 인들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간다는 행복감일까. 연말을 맞은 설렘일까. 공항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헬싱키 중앙역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이다. 건물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빛을 뿜는다. 형형색색 퇴근하는 이들을 반긴다. 수많은 이들이 이동하는 중에도 시끄럽지 않다. 모두 자신이 가는 방향으로 웃음 띤 얼굴로 조용히 걸음을 재촉한다. 조용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다.  


핀란드는 교육 선진국,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중3에 해당하는 학년까지 국가가 책임진다. 이후 2차 교육으로 알려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실업계와 인문계로 나눈다. 3차 교육인 대학은 종합대학과 전문대학이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핀란드는 대부분 공립학교이고 사립학교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립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사립학교라 하더라도 공립학교에 준하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 


대학입학이 학생들 목표는 아니다. 직업교육과 대학진학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핀란드 인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 자기만족을 앞세운다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자신의 삶을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우선한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마주치는 이들의 모습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제도는 한결같다. 교육 당국, 정부, 교사, 학부모, 교육연구자, 비영리단체 등 교육 관계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면서 관련 정책을 결정한다. 정권이 교체돼도 교육정책과 비전, 목표는 달라지지 않는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한 학생이 연세대 입학이 확정됐다. 서울맹학교 재학생인 김하선 양이 주인공이다. 그는 올해 수능에서 무려 13시간 3분 동안 시험을 봤다. 271쪽에 이르는 점자 시험지로 수능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는 듣는 것과 보는 것에 어려움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손으로 하나하나 점자를 훑어 내려가면서 13시간 동안 에너지를 쏟아냈다. 상상조차 되지 않는 열정이다. 그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연세대 교육학과에 합격한 뒤 김 양은 인터뷰에서 "장애 학생을 위한 더 좋은 교육제도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교육학과에 합격해 기쁘다"며 "비장애인과 장애인 통합교육 시스템이 잘 돼 있는 미국이나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핀란드에 교환학생으로 가보고 싶다"고 전했다. 


내가 머물고 있는 핀란드의 한 호텔 직원에게 물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를 보면 핀란드 국민행복지수는 늘 높다고 하자 이 직원은  "글쎄,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위치한 곳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내가 존중받는다면 그것이 곧 행복한 게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쇄빙선으로 유명한 핀란드 회사 아크티아(Arctia) 호칸넨(Eero Hokkanen)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기회의 균등, 특히 무료 평등교육과 건강 서비스 등이 행복지수를 높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는 것.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김하선 양은 동정심을 바라지 않는다. 그는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13시간 에너지 넘치는 그의 삶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가 "핀란드에 교환학생으로 가보고 싶다"는 소감에서 핀란드의 느낌을 전한다.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했다. 교육학과생으로 더 많은 분야에 대한 공부를 이어갈 것이다. 이런 그를 위해 우리 사회는 배려해야 한다. 그가 또 하나의 단계를 넘어 더 넓은 세계에서 그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시스템도 지원해야 한다. 에너지 넘치는 사회는 이런 게 아닐까. 


12월14일 저녁 핀란드 헬싱키 중앙역 앞 광장. 크리스마스 트리 등이 빛을 뿜어내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숲은 우리의 ‘새로운 희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