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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Nov 12. 2018

숲은 우리의 ‘새로운 희망’

[기후변화 WITH YOU]자연이 주는 가치, 상상도 안돼!

감이 익어가는 가을은 보기에 참 좋다.


“비가 살짝 오면서 보는 단풍은 참 멋있더라!”


최근 지리산에 살고 있는 친구 집을 찾았던 아내가 가을 단풍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단풍에 어디서부터 눈길을 줘야 할지 난감하더라고. 색색의 다른 단풍이 어우러지면서 숲은 살아 있더라고. ‘지리산 단풍은 더 아름답더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가을입니다. 이웃 집 감나무는 노랗게 익었습니다. 우리 집도 여러 번 감나무를 심었는데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숨져버렸습니다. 갈수록 겨울바람이 차긴 찬가 봅니다. 아무리 보온을 해줘도 겨울 지나 봄이 되면 감나무는 더 이상 새싹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옆집 감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그 가지가 담장을 우리 집으로 까지 뻗어왔습니다. 우리 집 담장으로 넘어온 가지에 열린 감을 땄습니다. 옆집에게는 “우리 집으로 넘어온 것이니까 그 가지는 우리 것으로 해도 되겠죠?”라고 은근히 협박조(?)로 물었습니다. 옆집은 “물론”이라는 흔쾌히 허락하는 말을 건네 왔습니다.      


추억 덩어리     


감은 추억 덩어리입니다. 어릴 적 감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목에 걸고 다니며 한 잎, 한 잎 따 먹었습니다. 저녁이 돼 집에 돌아갈 때쯤 목걸이는 온데간데없고 실타래만 남았습니다. 모두 제 입으로 들어가고 만 것이죠. 한 여름에는 감나무 위에 올라가는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그러다 떨어져 크게 다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감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닙니다. ‘추억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나무입니다.  

새끼를 꼬아 나무 젓가락을 이용해 곶감을 매달았다.


뭐니뭐니해도 감은 곶감으로 이어집니다. 단단하게 잘 익은 감을 따 곶감을 만들었습니다. 손으로 하나, 하나 감을 깎으면서 엄니가 만들어주던 그 곶감이 떠올랐습니다. 곶감을 깎을 때 ‘사각사각’ 들리는 소리는 또 다른 청량음입니다. 감을 깎을 때 나는 소리는 유독 다른 과일과 달리 상쾌합니다. 칼끝이 잘 미끄러집니다. 엄미는 그렇게 곶감을 만든 뒤 처마 밑에 한 겨울 내내 걸어놓고는 하나씩, 하나씩 떼어 우리 입에 넣어주셨습니다. 당신이 먹는 것은 볼 수 없었습니다. 예전 시골에는 집집마다 감나무 한 그루씩은 꼭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것은 한 겨울 먹을 양식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숲 

‘NEW HOPE(새로운 희망)’    

 

숲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숲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낍니다. 올 가을 단풍은 아름다웠습니다. 산을 찾아 답답한 가슴에 알록달록 단풍 색깔을 새겨 봅니다. 가을비라도 ‘촉∼촉∼촉∼’ 내리면 금상첨화입니다. 빗물이 씻은 단풍은 최고의 색감을 드러냅니다. 눈이 즐겁습니다. 머리가 맑아옵니다. 공기가 피부로 들어옵니다. 가슴이 설렙니다.   


숲은 지구를 숨 쉬게 하는 원천입니다. 열대우림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릅니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산소를 내뿜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희망: GEDI가 3D 숲 탄소 지도를 만든다.’

‘우주에서 나무를 측정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12월 스페이스X의 팔론9 로켓으로 3차원 숲 탄소 지도를 만들 관련 장비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냅니다. 이른바 GEDI(Global Ecosystem Dynamics Investigation)입니다. GEDI는 진보된 레이저 기술을 이용합니다. 전 세계 숲의 생태시스템 구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GEDI는 ‘제다이(Jedi)’로 발음합니다. GEDI는 시속 2만7600km로 지구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관찰합니다. 산림 높이, 가지, 나무와 관목 경로를 측정합니다. 숲이 탄소를 얼마나 저장하고 방출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합니다.   


오는 12월 NASA와 메릴랜드대학이 공동개발한 GEDI가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출발한다. 전 세계 ‘숲 탄소 지도’ 제작 임무를 맡았다.[사진제공=NASA]


랄프 두바야(Ralph Dubayah) 메릴랜드대학 교수(책임 연구원)는 "GEDI를 통해 우리는 숲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무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탄소가 저장돼 있고 만약 나무를 자르면 대기권으로 이산화탄소가 잠재적으로 얼마나 배출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 과학자들은 대기권에 얼마나 많은 탄소가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느 곳에 얼마 만큼 탄소가 저장돼 있고 흡수하고 있는지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GEDI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탄소지도

기후변화 대응 실마리     


지구의 바다와 숲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어떤 숲이 가장 많은 탄소를 흡수하는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GEDI는 지구상에서 가장 탄소가 풍부한 산림이 어디에 있는지 섬세하면서도 자세한 ‘탄소 저장 지도’를 만들 예정입니다.  


로라 던컨슨(Laura Duncanson)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 방법은 얼마나 많은 탄소가 어디에 저장되고 어떻게 부분적으로 분출되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아직 산림 벌채와 황폐화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는지 알 수 없는데 GEDI가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하면 이 같은 ‘탄소 지식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숲은 얼마나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을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꼭 알아야 하는 분야이다.[사진제공=NASA]


GEDI는 ISS에 설치돼 일정한 간격으로 8개의 레이저를 지구 숲에 쏩니다. 레이저 광선은 다시 반사돼 GEDI 망원경으로 돌아옵니다. 이를 통해 캐노피, 돌출한 가지 등 숲의 생김새를 파악합니다. 특정 숲의 나무가 얼마나 큰 지, 술의 밀집도는 어떠한지, 가지는 또 어떻게 뻗어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캐노피의 높이와 구조 등에 대한 3D 지도를 통해 과학자들은 숲의 높이와 질량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큰 나무는 작은 나무보다 당연히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합니다. 마른 나무를 베어 불에 태우면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방출됩니다. 울창한 숲과 이제 막 성장하는 숲의 경우 탄소 저장 정도는 다릅니다. 성숙한 숲은 줄기 내에 저장된 탄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나무는 일반적으로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대기에 있는 탄소를 흡수합니다. 접근이 불가능한 깊은 열대 우림도 GEDI 레이저를 통해 숲 구조 파악이 가능합니다. 


GEDI를 공동 개발한 NASA와 메릴랜드대학 관계자들은 GEDI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숲에 얼마나 많은 탄소가 있는지 측정한다. 얼마나 큰 나무가 있는지 알아본다. 얼마나 많은 가지가 있는지 파악한다. 얼마나 많은 나뭇잎이 존재하는지 가늠한다. 얼마나 큰 뿌리가 있는지도 함께 분석한다." 

GEDI는 올해 12월에 발사돼 약 2년 동안 관련 임무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12월 발사예정인 '제다이'

=https://youtu.be/SSdDPFfUVIo                    

[동영상 제공=NASA]


*표지사진은 올 가을 비가 촉촉히 내리던 날, 아내가 찾은 지리산 뱀사골 단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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