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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Nov 05. 2018

"겨울이 오고 있다"

[기후변화 WITH YOU]눈의 입체적 변화, 지구촌 비극 불러온다

 

남극 케이프워싱턴에서 만난 황제펭귄 부부와 아기 팽귄. 설원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서 있다. 2016년 11월에 찍었다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혹독한 계절, 혹은 비극적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하는 말이죠. 겨울이 오면 우리는 눈을 먼저 떠올립니다. 펑펑 눈이 내리는 시간. 겨울입니다. 낭만이 있고 추억이 샘솟습니다. 


"첫 눈 오는 날,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조만간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일 겁니다. 매년 이맘때면 감성을 자극하면서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눈을 낭만과 추억으로만 느끼기에는 심상치 않습니다.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는 최근 ‘눈’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비극적 상황이 조금씩 곁에 다가오고 있다는 섬뜩한 보고서입니다.


"인위적 지구 온난화로 지구촌 눈의 두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물 공급, 대기 순환, 행성 알베도(빛을 반사하는 정도, albedo)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기후 시스템에서 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불행히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전 세계 눈의 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인위적 기후변화 탓입니다. 눈싸움(눈덩이에 작은 돌멩이는 넣지 마시기를), 눈사람(같이 만들면 더 좋다), 스키 등은 겨울이 찾아오면 당연히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네이처 기후변화는 "눈은 예전부터 오락적 의미를 떠 올리게 되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눈은 지구촌 기후시스템의 핵심 기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눈은 지표면 에너지 양에 영향을 미칩니다. 온도를 조절합니다. 담수로 변해 물 순환 시스템에도 관여합니다. 이런 소중한 눈이 최근 인위적 기후변화로 고통에 빠졌습니다. 네이처 기후변화는 잠재적으로 이 변화가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눈은 충분한 수분 공기가 약 2도 아래 온도에 도달될 때 만들어집니다. 이때 얼음 수정체가 형성됩니다. 점점 서로 뭉칩니다. 몸집을 불려가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눈으로 내립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당연히 얼음 수정체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온도가 높으면 눈보다 비로 내립니다. 눈이 내리지 않는 것과 함께 이미 내린 눈도 온도가 상승하면 빨리 녹아버립니다. 최근 연구 자료를 보면 눈 표면이 점점 검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먼지와 검은 탄소 입자들이 그 원인입니다. 표면이 검게 변하면 햇빛을 흡수하는 비율은 높아집니다. 이 또한 눈을 빨리 녹게 하는 한 원인입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맥켄지 스카일스(McKenzie Skiles) 유타대학 교수팀은 "앞으로 눈 표면이 검어지는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건조화가 강화되면서 먼지는 더 많아지고 산업화 국가에서 검은 탄소가 더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호주 모나쉬대학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4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북반구 눈의 양이 한 달 정도 더 짧아졌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 보고서에는 이 같은 현상이 유라시아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앞으로 유라시아의 이 같은 변화가 아시아 계절풍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눈은 담수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물 부족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적설량 변화는 비단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것도 아닙니다. 모나쉬대학 연구팀은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와 하이 마운틴 아시아(High Mountain Asia)와 같은 산악 지대에서도 관찰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서부,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인구 밀집 지역에서 눈이 녹는 변화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주요 에너지원인 수력 발전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물론 산업에도 큰 지장을 초래합니다. 대부분의 전 세계 스키 리조트는 갈수록 스키 시즌이 짧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눈이 많이 오지 않으니 더 많은 인공 눈을 만들어야 하고 그만큼 스키어들은 줄어들어 있어 이중고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겨울 한철을 준비하고 기대하는 산업에 큰 변화의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눈의 변화는 지구 생태계에도 큰 파급 효과를 불러옵니다. 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눈이 빨리 녹아 ‘눈 덮음’ 기간이 줄어들면 지역의 이끼, 혈관 식물 등의 멸종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분석한 바 있습니다. 


네이처 기후변화 측은 "눈의 성질, 녹는 속도, 양의 변화 등은 전 세계 생물학적, 경제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지표"라며 "그럼에도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성숙되지 않아 문제점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눈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연구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2010년 4월14일 캘리포니아 시에라네바다 남부 상공을 날고 있는 NASA의 소피아. ‘하늘의  천문대’로 통한다. [사진제공=NASA]

*표지사진은 2016년 11월 남극 취재당시 만났던 황제펭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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