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WITH YOU] “그 세월, 몇 년이었더냐?”
어릴 적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다
산골짜기 떠나 대도시로 유학 갔다
도시로 떠나던 날
하루 두 번 있던 버스가 나를 태우고
도시로 달려가던 날
어머니는 한참이나 떠나는 버스를 보고 서 있었다
버스 뒤 칸에 앉아 그 모습 보았다
버스가 뽀얗게 먼지를 내뿜고
먼지가 사라질 때까지
버스가 모퉁이 돌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를 태운 버스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날 어머니는 어떻게 집으로 돌아갔을까
초등학교 방학이 되면
나는
어머니 곁으로 돌아왔다
버스에서 내려 시골집으로 걸어가던 때
밟히는 흙바닥보다
흐르는 물소리보다
지저귀는 새소리보다
일렁이는 푸른 물결보다
먼저 들리는 소리 있었다
어머니 호미질 소리였다
어머니는 늘 호미를 들고 다녔다
풀을 뽑고
나무를 심고
마늘밭을 일구고
방학 맞아 찾아오는 아들에 손짓할 때도
손보다 호미가 먼저 올라왔다
환하게 웃는 얼굴에 주름이 깊었다
어머니 호미는 요술 방망이였다
호미질하면
고개 쑥쑥 내밀던 잡초 사라지고
시금치와 상추 자라고
양파와 마늘 크고
호미질 끝낸
그날 밥상엔
온갖 반찬이 춤을 추었다
이제 어머니는 호미질하지 않는다
그 손엔 지팡이 들렸다
마당 한가운데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대문을 바라보고 있다
바람이 몰려가는
바람에
대문이 삐걱 소리 나면
소식이 들어올까
아들이 들어설까
기다린다
더 깊어진 주름 사이로
더 하얘진 머리 사이로
더 깊어진 눈길 사이로
더 움푹한 입술 사이로
아들을 기다린다
세월이 흘러간다